출근도 하기 전에 퇴근하고 싶다.
2. 그래도 나는 최대한 나의 업무시간에 일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업 무는 업무시간에 열심히 한다면 초과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퇴근 후에도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퇴근길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오늘 저녁은 뭘 먹지?'이다. 이 고민은 매일 하게 되는 인류 최고의 난제일지도 모른다. 항상 문제를 풀어야 하는 퇴근길이다. 그래서 가끔은 퇴근이 하기 싫다.
3. 나의 퇴근길 또한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길다. 52Km를 자가로 운전한다.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오디오 북을 듣는다. 퇴근길이 출근길보다 훨씬 더 여유롭기도 하다. 집에 가서 또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퇴근길이 더 여유롭다. 그래서 퇴근길에는 규정속도를 잘 지키는 편이다. 출근을 하면서는 일 생각을 많이 하지만 퇴근을 할 때는 일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일에 대한 생각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정확하게 분리는 안되지만 분리시키려고 노력한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이다.
4. 일주일 중 가장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장 가볍고 좋은 날은 역시 금요일이다. 우리 딸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이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5. 퇴근 후에는 나에게도 다른 삶이 있다. 출근을 하면 나는 직업인, 상담교사로서 나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처럼 퇴근 후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엄마로서, 또는 친구로서, 나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의 모습이 바뀌는 경계가 퇴근이다. 매일매일 퇴근을 할 때 오늘 하루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 보람 있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 요즘 MZ세대들은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기고 퇴근을 빨리 한다고 한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날 때만 하더라도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퇴근하는 것을 미안해하기도 했는데,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생각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란 열정도 없고, 예의도 없구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세대들을 응원한다. 사실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업무를 업무시간에 하고 퇴근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업무시간에 오히려 더 느슨하게 일을 하기도 한다. 또 충분한 휴식이 일의 능률을 올릴 수도 있다. 나도 MZ세대 반열에 들어가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7. 계절에 따라서 퇴근할 때의 느낌은 참 다르다. 여름에는 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에 퇴근을 한다. 그래서 늦게 퇴근을 해도 별로 섭섭하거나 우울한 느낌은 없다. 반면에 겨울에는 퇴근할 때쯤 해가 짧아져서 어둑어둑하고, 날씨도 추워진다. 그때는 퇴근하는 길이 왜인지 모르게 서러고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정확하게 서럽고 서러운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쓸쓸한 감정 같기도 하다.
8.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 "겨울 낮에 해가 따뜻할 때 조퇴하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 줄 알아요?" 당연히 얼마나 좋은지 알지.
9. 장거리를 운전하지만 다행히 퇴근길에 차가 막히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10. 학생들은 하교를 하고, 나는 퇴근을 한다. 하교와 퇴근은 대체적으로 신나는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은 어쩐지 힘겹게 느껴져도 매일 하는 퇴근은 지겹지가 않다.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