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 새벽 4시 20분>
조금 전 뉴스가 끝났다. 집에 도착하고 씻으며 무슨 일이 있었나 돌이켜 보았다. 정말 이게 일어난 일인가? 도저히 생각이 멈추질 않아 글을 쓴다.
나는 오늘 여느때처럼 9시 뉴스투나잇 뉴스에 들어갔다. 뉴스 도중 피디님이 22시경 대통령의 긴급 브리핑이 있을 거라고 전해주셨다. 그 긴급브리핑이 무엇일까?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여겼다.
그렇게 연결한 대통령실,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던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나는 그대로 특보체제에 돌입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계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조차 불확실했던 그 밤, 나는 담을 넘는 의원과 무장한 군인, 헬기 그리고 인파들로 뒤섞인 국회의 현장을 중계해야했다.
정치적 판단 따위는 할 정신도 여력도 없었다. 그저 그 상황을 온전히 전해야 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언어, 그리고 집중을 발휘해야 했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은 모였고, 계엄해제를 의결했다. 대략 4시간가량 지났던가? 난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됐던 것 같다.
상황이 파악 되고나니 되레 혼란스럽다. 뉴스 앵커로서도, 국민으로서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도 그렇다.
난 모두처럼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걸 선포할 줄 몰랐고. 심지어 내가 그 단어를 직접 속보로 전하리라고는 더더욱 꿈에도 몰랐다.
매일 하는 뉴스이다. 다만 오늘은 뉴스를 마치고 나오니 문자와 연락이 상당히 쌓여있었다. 그만큼 뉴스를 많이 봤는가보다.
앞으로 오늘 이후의 뉴스는 결코 매일과 같지 않을터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손흥민이 골을 넣는 것과는 분명 다를 거다. 훨씬 더 많은 국민이 보고 듣고 내 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시간들이다.
그래서 이상하게 조금 무섭다. 이제야 내 일과 말의 무게가 느껴지는가보다. 와닿는만큼 설레고 동시에 준비한다. 뭐랄까, 일종의 보이지 않는 감시가 생긴 느낌. (실은 똑같은데 말이지)
아주 어쩌면 국회의원들도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일는지도 모르겠다. 국민 여러분 이라는 주어를 매일 같이 말하지만 사실 어차피 안 보는데, 모르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관심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장관도, 당대표 원내대표, 또 의원 한 명 한 명도, 다 지금처럼 항상 화제가 되어 모두의 눈초리를 받는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까?
정말 어려웠던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