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일 식도락 음식 일기

치즈를 품은 늙은 호박전

by 모모

창 밖은

바람이 실어 나르는 눈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고,

벚꽃 잎 크기의 눈들은 내가 서 있는 창에 부딪혀

전사한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 적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과 창문에 선 나를 지나 땅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에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마음을 빼앗겼는데

산들을 비집고 지나와야

앞마당을 밟을 수 있는

시골로 들어온 후로는 눈은 위험의 대상이 되었다.


바닷가에 사시는 분들이 일기예보를 챙겨보듯

나 역시 겨울이면 미리 일기예보를 챙긴다

몇 번 눈길에 사고를 당한 후로는

눈 예보가 뜨면

응달의 내리막길을 지나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차를 이동시켜 놓은 후

다음날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하니 눈 소식이 전혀 반갑지가 않다.

그러나

오늘같이 눈이 내리고

따뜻한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들과 딸을 위해

며칠 전부터 눈에 들어와 숙제가 된

늙은 호박을 해결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호박죽을,

딸과 아들을 위해서는 호박전을 부치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 사서 보관 둔 호박은

수분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단맛은

더 올라왔다

##치즈를 품은 호박전 만들기

속과 껍질을 제거한 호박을 필러로 깎았다

호박채 500g, 밀가루 2T, 소금 한 꼬집, 원당 1T를 넣고 조몰락조몰락해서 반죽을 완성한다.

이때 밀가루를 많이 넣으면 호박의 단맛과

시원한 맛을 빼앗긴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후

반죽 한 국자를 떠서 얇게 펴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반달 모양으로 올린다

노릇하게 구워지면 반으로 접는다

약불로 앞뒤를 노릇하게 익힌다.

겉은 바싹하고

속에는 치즈가 녹아 있는 맛있는 호박전이 완성된다.

먹기에 바빠

치즈를 품고 있는 사진을 놓치고 말았다.


치즈는 상상도 못 한 유년시절 겨울방학이 되면

우리는 외삼촌 댁으로 놀러 갔다.

외숙모와 친정엄마는 놋 숟가락으로 늙은 호박을 긁어 전을 부치시며 시누올케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고 이종사촌과 우리들은 주변에서 놀다가 아기새처럼 호박전을 받아먹었다.

그 방을 감돌던 따스한 공기가 얼마나 행복했던지.


친정엄마의 손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딸과 아들에게

눈과 호박전이 연결되는 따뜻한 추억이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2026년 2월 8일 식도락 음식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