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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5일 식도락 음식 일기

아욱된장국

by 모모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이다.


'미국에 있을 때 ㅇㅇㅇ신부님이 텃밭에서 기른

아욱으로 직접 된장국을 끓여 주셨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라고 남편이 했던 말이다.


9월 초순에

강화순무 씨앗을 뿌리려고 보니

새로 산 듯한 아욱씨앗이 있었다.

남편이 사다 놓았다고 하면서

또 위에 있는 얘기를 한다.


한 달이 지난 후, 어제

밭에 가보니

아욱이 야리야리하게 부드럽고도 크게 자라 있었다.


연한 아욱을 뜯어면서

'당신이 추억하는 그 아욱국 맛은 보장 못 해'

라고 미리 빠져나갈 여지를 두고

아욱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아욱 손질

한 번 씻은 후

쌀 씻는 대야에 넣고

두 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주면

녹색 풀 물이 나오면서

아욱의 풋내와 쓴맛은 없애고

목 넘김이 좋다.

아욱을 부드럽게 한 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준다.

물기를 손으로 짠 후 도마 위에 두고

큼직하게 칼로 세 등분으로 자른다.


**아욱된장국 끓이기

물기가 없는 마른 냄비에

들기름 2스푼을 넉넉하게 두르고

건새우를 넣고 1분 정도 볶아 준다.


새우가 발그랗게 색이 변하면

육수를 붓고(*육수는 쌀뜨물, 야채육수 반반 사용)

집 된장 한 스푼, 고춧가루 반 스푼을 넣고 끓인다.

간은 된장으로만 맞춘다.


끓어오르면 준비한 아욱을 넣고

한 번 끓고 난 뒤

느타리버섯, 대파 1개. 마늘 4알. 홍청양고추 한 개를

썰어 넣고 1분 후 불을 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아욱의 부드러움이 이루 말할 가수 없다.

정말 부드러워서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없을 정도이다.

아욱국에 대한 남편의 평,

'우리 집에 이렇게 맛있는 된장이 있었어?'

맛을 된장에게 돌리다니.

하기사 된장도 내가 담갔으니

결국 내가 받는 칭찬 이기는 하다.


얼마나 맛있으면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고 했을까.

맛과 영양이 뛰어난 채소로

한 끼를 해결하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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