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되면 이런 저련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마도 급하게 해야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된다.
어떤 Input 값이 아기공룡 둘리를 선택지에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Youtube에 올라온 아기공룡 둘리 한편을 보게 되었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7년도에 KBS1에서 총 6편으로 제작되어 어린 시절 TV를 통해 여러 번 시청했던 애니메이션이다.
당시에 둘리, 도우너, 또치는 착한 친구들이었고 이 세 친구들을 괴롭혔던 고길동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었다. 약 25년이 지난 어제 다시 보게 된 아기공룡 둘리에서 캐릭터 간 갈등의 관계는 어릴 적 기억과는 사뭇 달랐다.
둘리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사고뭉치였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아직 잘 인지를 못하고 아이들과 같은 사고를 치고 있었다. 꼭 지금 눈앞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자신들이 떠돌이고 고길동 아저씨의 집에 붙어서 살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모습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가족을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어린 시절 나쁜 아저씨로만 보였던 고길동은 두 아이의 아빠였고 과장의 직급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동생 부부의 아들인 희동이와 갑자기 한집에서 살게 된 둘리, 도우너, 또치도 먹여 살려야 하는 어깨가 무거운 우리나라 1980~1990년대의 아버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였다. 삶의 팍팍함에도 건사해야 하는 가족이 있기에 피곤하지만 묵묵히 직장생활을 해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둘리와 두 친구를 대하는 모습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세 친구들과 고길동은 호흡이 잘 맞는 영락없는 친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이공룡 둘리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내내 해당 시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표현되어 예전의 삶을 많이 회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큰 상자와 같은 브라운관 TV, 욕조는 있지만 세면대는 없어서 물을 대야에 받아서 쭈그리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는 모습 등 예전 생활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이제 고길동과 같은 나이가 되어버린 아저씨의 입장에서 악마로만 보였던 고길동의 처지가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고길동의 두 아이와 비슷한 아이 두 명과 아기공룡 둘리를 함께 보며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기공룡 둘리를 함께 보고 있는 이 두 아이들의 눈에 고길동은 예전의 나의 시각과 같이 나쁜 사람으로만 비쳤을까?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