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타인을 위한 글쓰기, 그리고 나를 위한 글쓰기입니다. 우리는 대개 타인을 위한 글쓰기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집중해서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때로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자녀들이 그 글을 읽고 삶의 지침으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을 겁니다. 성경의 신명기는 그런 글쓰기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광야 생활을 마무리하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직전,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금 전하며 백성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담은 이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지혜를 전해줍니다.
하나의 책, 특히 300~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집필하려면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원고를 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배경지식, 실제 사례, 그리고 무엇보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의 흐름을 잡기 위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책을 불과 몇 시간 만에 읽어버리곤 하죠. 때로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메모하거나 요약하면서, 작가의 수개월간의 시간과 노력을 야무지게 소비합니다.
반면에 나를 위한 글쓰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기’가 그렇죠.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일기도 있지만, 일주일, 한 달, 혹은 일 년을 돌아보며 쓰는 회고형 글도 있습니다. 타인을 위한 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자신을 위한 글은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타인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신경이 쓰입니다. 이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읽히지 않을까,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따라붙죠. 이런 고민이 많아질수록 글을 이어가는 데 제약이 생기고, 결국 하고 싶은 말조차 삼키게 되곤 합니다. 특히 아직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런 제약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꾸밈없이, 시원하게 써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며 흘러갑니다. 그런 역할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삶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너무도 엄격한 삶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쉼’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
이제는 가끔은 나 자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으로
조금 방향을 틀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