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GPT 시대의 업무환경과 디지털 리터러시

by Jay

이제는 GPT를 모니터 한켠에 항상 띄워두고 업무를 보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과 함께 일하게 되었을 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물론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GPT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도메인 지식만 갖추면 신입사원조차도 상당히 수준 높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GPT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업무의 품질이나 처리 속도에서 상대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GPT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의 부족, 특히 GPT에 대한 신뢰성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혁신저항 이론(Innovation Resistance Theory)과 기술수용모델(TAM, Technology Acceptance Model)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혁신저항 이론은 소비자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수용하지 않고 저항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Ram(1987)이 제안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기존의 습관이나 가치관, 인식된 위험 등을 이유로 변화를 거부할 수 있다. 주요 저항 요인으로는 습관적 저항, 가치 저항, 위험 인식, 사용의 복잡성, 부정적 이미지 등이 있으며, 이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반면 기술수용모델은 Davis(1989)가 제안한 이론으로, 사용자가 어떤 요인에 의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사용하는지를 설명한다. 핵심 변수는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사용 용이성이다. 이후 확장된 TAM2나 UTAUT 모델에서는 사용자의 신뢰를 외생 변수로 포함하여, 신뢰가 높을수록 기술의 유용성과 용이성이 높다고 인식되며, 이는 실제 사용 의도와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한편, 혁신저항 이론에서는 신뢰가 위험 인식(Risk Barrier)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소비자가 기술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경우, 경제적 손실, 심리적 불안, 사회적 비난 등을 크게 인식하게 되어 저항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GPT와 같은 혁신 기술의 수용 여부는 결과적으로 업무의 품질과 속도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GPT 입력창 아래에는 'ChatGPT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재차 확인하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단순한 경고문이 아니다. GPT의 답변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복사해 보고서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마치 제조업에서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거나 조업 조건을 변경할 때, 충분한 시뮬레이션 없이 바로 적용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유체역학이나 열역학 분야에서는 전산유체해석(CFD)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이다. 아무리 정교한 시뮬레이션 도구라도 잘못된 조건이 입력되면 결과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Garbage In, Garbage Out은 GPT 활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GPT를 사용할 때 해당 도메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GPT의 그럴듯한 문장이 마치 정답처럼 보이기 쉽다. 처음에는 감탄하게 되지만,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점이 쉽게 눈에 띄기도 한다. GPT는 대부분의 내용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글의 전개는 부드럽지만 내용은 밍숭맹숭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성 없이 GPT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현재의 GPT는 아직 그 능력에 한계가 있다. 긴 문맥이나 복잡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학적 지식이나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학술 자료를 정밀하게 번역하거나 다듬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다. GPT가 답변을 작성할 때 논문을 일부 검색을 하기는 하지만, 아직 학술 논문이나 전문 지식에 대한 학습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공부의 유형도 GPT 시대에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암기 중심의 공부는 자격증 시험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공부는 반복이 핵심이며, 시험이 끝나면 대부분의 정보는 기억에서 사라진다. 반면 창작 중심의 공부, 예컨대 연구와 논문은 깊이 있는 사고와 연결, 논리적 정리가 필요하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될 때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과목을 배우고 암기하며,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GPT를 언제 사용하고, 언제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의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GPT를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우리 눈앞에 나타난 기술을 진정한 지식과 창의력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때로는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