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설계도 없는 자유에 물음표를 던지다

by 보림이네

나는 50대 중반이다.

생각해 보면 오십이 넘어가면서부터 비로소 내 삶이 제대로 시작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은퇴나 노년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먼 미래, 아직은 남의 일처럼만 느껴졌다.

체력이나 집중력도 치열했던 30대 못지않고, 아이들도 독립했으며, 폭풍 같던 갱년기도 무사히 지나갔다.

이제야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채워지는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된 줄 알았다.


뜻하지 않게 마주한 은퇴 시뮬레이션


그러다 최근, 해외에서 6개월을 지내며 뜻하지 않게 '은퇴 연습' 같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곳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생활하며 늘어난 시간을 마주하자, 문득 앞으로 30~40년 이상 이어질 노후가 거대한 현실로 밀려왔다.

'지금이라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혹시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늘 누군가가 써놓은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는 삶이었다.

결혼 전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책들을 읽었고, 아이를 키울 땐 자녀교육서들을 머리맡에 두었으며, 재테크에 빠졌을 땐 투자 서적을 열심히 공부했다.


K-장녀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녀 교육이라는 페이지에는 인생의 모든 것을 할애하며 달려왔다.

하지만 정작 '나의 노후'라는 챕터에 이르자, 내 손에는 아무런 설계도도 들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공부의 기록

불안에 멈춰 서는 대신 공부를 시작했다.

노후와 은퇴에 관한 수십 권의 책과 강의, 리포트를 뒤지며 깨달은 진실은 단순하고도 명확했다.


"노후 준비는 '돈'이 전부가 아니며, 50대 중반인 지금도 절대로 늦지 않았다."


노후는 단순히 통장 잔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일, 관계, 주거, 건강, 라이프스타일 등 삶의 전 영역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이 중 어느 한 영역만 잘 준비해서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이 소중한 깨달음을 나 혼자만의 경험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동년배 여성들에게, 그리고 자녀 교육에 인생을 저당 잡혔던 수많은 '엄마'들에게 가장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나만의 속도로 걷는 두 번째 인생 매뉴얼

앞으로 나는 돈, 시간, 일, 관계, 주거, 건강,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누어, 공부하고 실천한 내용들을 하나씩 매뉴얼 형태로 기록해 나가려 한다.

교과서처럼 잘 안읽히는 이론 부분도 있고, 중간중간 내가 좌충우돌 경험하며 느낀 글도 있다.


막연한 걱정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 해결 가능한 과제가 된다.

이제 남이 써준 매뉴얼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인생 2막 매뉴얼'의 첫 페이지를 넘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