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연습, 일본 시골 마을에서 마주한 현실

일본에서 6개월 살기 중 느낀 점

by 보림이네

'일본에서 3개월 이상 살아보기'는 나의 오래된 버킷리스트였다.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잡았다. 오랫동안 조금씩 모아온 '일본살이 통장' 덕분이었다.


나의 계획은 소박했다. 중고 샵에서 가구와 가전을 구비해 알뜰하게 지내다 오는 것.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의도치 않게 새 제품들을 사게 되면서 예산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하지만 생활비만큼은 계획대로 지켜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매월 발생하는 고정비를 제외하고, 일본에서의 '가용자원'만으로 살아보는 일종의 '은퇴 리허설'을 시작한 것이다.


80만 원으로 살아보기, 생각보다 쫄리는(?) 현실

통계상 한국의 은퇴 후 월 평균 생활비는 240~350만 원 선.

물가가 낮은 일본 시골임을 감안해 240만 원을 기준으로 잡았다. 한국에서 나가는 고정비를 제외하니 우리가 손에 쥔 변동비는 대충 80만 원.


식비, 외식비, 생필품, 교통비... 엑셀에 매일 기록하며 살다 보니 곧 깨달았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없으면 같은 80만 원이라도 훨씬 '쫄린다'는 사실을.

평소라면 다음 달 월급을 믿고 넘겼을 지출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만 움직이려니 아직 돈이 남았는데도 긴장이 됐다.


가장 큰 복병은 '예상치 못한 목돈'이었다. 아버지의 팔순 잔치 비행기 표, 6개월치 요리학원 선납금, 여행자 보험료... 이런 일회성 지출들은 80만 원이라는 예산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변동 생활비만 잘 세운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자기계발, 여행, 가족 행사를 위한 별도의 '예비비 파이프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내게 귀한 가르침을 주었다. "준비 없이 은퇴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구나" 하는 아찔함, 그리고 "지금이라도 준비할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었다.


이제 이 아찔함을 딛고,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숫자로 바꿀 시간이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 집 경제의 기초 체력을 점검하는 '현금흐름 자가진단'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