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에 닮긴 삶의 변천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하 프사)은 우리의 자아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프사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려 하는지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1. 20대, 나 자신이 세상의 중심
20대의 카톡 프사는 대개 자기 자신이다. 혼자 찍은 사진이든, 거울 셀카든, 여행지에서 찍은 감성 가득한 컷이든, 프사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담긴다.
남자들은 헬스장에서 몸을 만들고 거울 앞에서 한껏 힘을 준 사진을 올리거나, 오토바이나 차와 함께한 사진을 프사로 설정한다. 여자들은 감성적인 카페에서 커피를 들고 있거나, 여행지에서 햇살을 받으며 찍은 사진을 올린다. 어쩌면 그때의 우리는 프사 속 자신을 통해 “나는 이렇게 살아.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 결혼, 둘이 하나가 되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프사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결혼을 하면 프사에는 종종 배우자가 등장한다. 신혼여행에서 찍은 달달한 커플 사진, 웨딩 사진, 나란히 잡은 손 사진 같은 것들이다. 이제는 ‘나’가 아니라 ‘우리’가 중심이 된다.
20대 때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했다면, 결혼 후에는 “우리는 누구인가?“로 질문이 바뀐다. 연애 시절에는 프사를 바꿀 때마다 연인의 눈치를 보았다면, 이제는 배우자와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게 된다.
3. 출산, 아이가 내 정체성이 되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프사는 더 이상 ‘나’도 ‘우리’도 아닌, ‘아이’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 카톡을 열면 친구들의 프사에 아기 사진이 가득하다. 갓난아기의 작은 손, 첫돌 때의 웃는 얼굴, 가족여행에서 찍은 사진. 마치 모든 부모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신의 얼굴 대신 아이의 모습을 프사로 설정한다.
이 시기의 부모들에게 자아정체성이란 ‘엄마’와 ‘아빠’로서의 역할이다. 아이의 첫걸음을 찍은 동영상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기록이 되고, 아이가 웃으며 찍힌 사진 한 장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프사는 그렇게 점점 ‘나’에서 ‘가족’으로, ‘부모’로 변화해간다.
4. 아이가 성장하고, 프사는 다시 나를 찾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 손을 꼭 잡아주던 아이가 더 이상 부모와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고,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 아이가 성장하며 부모는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누구였지?”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때쯤 부모들의 프사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남자들은 등산을 한다. 높은 산 정상에서 표지석을 잡고 찍은 사진이 카톡 프사가 된다. 그 사진 속에는 아련한 회상이 담겨 있다. “나도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지.” 사회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묵묵히 달려왔던 시간들이 그 정상의 바람 속에서 되새겨진다.
여자들은 꽃 사진을 찍는다. 벚꽃, 장미, 코스모스, 가을 국화. 프사 속에는 한때 꽃다운 시절을 보냈던 자신이 있다. “나도 한때는 꽃 같은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느라, 가족을 돌보느라 미뤄왔던 자신만의 시간과 아름다움을 이제야 비로소 다시 바라본다.
5. 프사는 곧 우리의 삶이다
카톡 프사는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창이다.
20대에는 내가 중심이었고, 결혼 후에는 배우자가,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로서의 삶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정체성은 변하고, 프사도 함께 변화한다.
혹시 지금 당신의 카톡 프사는 어떤 사진인가?
그 사진 속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사진을 프사로 남기고 싶은가?
프사를 바꿀 때마다 우리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 답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온 시간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