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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May 13. 2024

불가리아, 여전히 아름답구나!

불가리아  Pleven과 Ruse를 방문하다.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밤

우리는 늦게 불가리아 소피아 공항에 도착했다. 작고 아담한 공항이다.

2년 전에도 방문했던 공항이라 그런지 낯설진 않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국심사 없이 짐을 바로 찾아 소피아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2년 전 소피아 공항에 내렸을 때는 입국심사를 했는데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나 보다.

혹여나 걱정이 되어 공항 내 경찰에게 물어보니 전혀 모르고 있다.

어이가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다행히 관련자에게 물어보고 온다고 하더니 이내 곧 우리에게 다가와 더 이상 입국심사는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유는 잘 모른단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경찰)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유를 우리에게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가리아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검색해 보니  우리가 독일 뮌헨 공항을 경유해서 이미 겐 입국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불가리아는 유럽 쉥겐국가의 일부를 적용받게 되어  육로 이동을 제외한 쉥겐국가끼리의 비행기와 배로 이동시에는 자유롭게 입국이 가능하게 되었다.

점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쉥겐국가로 인정받아 국가 이동에 서로 간 편리함을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에 부럽기도 했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를 오래 여행을 하며 돌아다닐 계획이 있는 우리 부부는 쉥겐국가 가입이 많아질수록 불리하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불가리아, 루마니아까지 쉥겐국가에 가입이 되었으니 유럽에 오래 체류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었다.

밤 12시가 넘어서 우리를 데리러 온 기사는 무척 무뚝뚝해다. 우리를 위해 너무 늦은 시간에 이동을 해서 그런 것 같아 미안했다. 호텔에서 보내 준 셔틀을 타고 도착, 무사히 하룻밤을 보냈다.



소피아(sofia)에서 아침이다.

아침 햇살이 따뜻한데 호텔 창문에서 멀리 보이는 비토샤(Vitosha) 산에는 눈이 쌓여있다.

파란 하늘 아래 흰 눈이 아직도 쌓여있는 웅장한 산을 보게 되니 신기하다.

눈 쌓인 비토샤 산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출발했는데 오늘 우리는 루마니아와 북경을 마주하고 있는 북부도시  Ruse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를 데리고 왔던 무뚝뚝한 기사가 운전하는 셔틀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왠지 기사의 인상이 무척 밝아 보여 몇 마디 얘기를 해보니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다.


공항에서 자동차 렌트를 시작으로 한 동안 개의 나라를 오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보통 우리는 기본 옵션만 선택하는데 이번에는 여러 나라를 넘나드는 긴 여행이라 처음으로 Full coverage insurance(풀보험)을 선택했다.

해마다 한두 차례 차를 빌려 여행을 했던 우리지만 이번은 여러 나라를 넘나드는 여정이라 긴장도 걱정도 되는 건 사실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다녀야겠다.

오늘만 해도 무려 400km가 되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아마 우리 여행 중 최고로 이동 시간이 많은 하루일 것 같기도 하다.



소피아의 번화가를 벗어나니 조금 전 긴장과 걱정은 사라지고 루세로 향하는 도로의 주변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벌써 힐링단계로 접어들게 했는데 그 이유는 온통 주변이 초록의 우거짐 때문이었다.

왼쪽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오른쪽에는 마로니에 나무가 빽빽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도로는 오랜 시간 운전하는 우리에게 새롭고 상쾌한 기운이 피로를 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창문이라도 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카시아 향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아카시아 나무가 이렇게나 많은 나라는 처음이다.

하얀 열매가 주렁주렁 널려있는 풍성한 아카시아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하얀 손수건이 흔들 거리는 듯 보이기도 하고 하얀 레이스가 바람에 펄럭이는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나타나주는 마로니에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출렁이는 아카시아 나무에 비하면 마로니에는 정갈하고 소담하게 느껴진다.

루세까지 가는 길 양 쪽 나무 너머엔 드넓은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잔디와 농경지들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만들어주고 있다.

국토는 넓지 않은데 이렇게 넓은 땅을 농지로 활용하고 있다니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처럼 쌩쌩 달릴 수 있는 넓고 쭉 벋은 대로의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운전하기에 편안함을 준다.



약 2시간 정도 운전했을까?

점심 식사를 하려고 Pleven이라는 조그마한 도시로 들어갔다.

지금은 규모가 작은 도시지만 15~19세기에는 오스만 제국의 핵심 요지로서 교역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1877~78년의 러시아-투르크 전쟁(플레벤포위 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전투가 벌어졌는데, 플레벤에는 이 전투를 기념하는 수많은 기념물들과 박물관이 있고 공원 한쪽에는 대포와 그들을 기리는 탑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 건 캐스케이드 분수(cascade fountain)와 시티공원(city park)이었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분수에서는 화려하고 힘찬 물줄기뿜어 나오고 공원 이곳저곳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진 또 다른 분수들도 제 각각 열심히 분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그만 도시에 이렇게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과 훌륭한 분수가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공원 안에는 아름답게 지어진 불가리아 정교회가 자리하고 있고 공원 벤치와 잔디 그리고 광장에는 가족들이 나와 토요일 아름다운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불가리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싶어 조용한 골목에 있는 아담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소박하게 보이는 식당으로 사람이 적어 간단히 주문해 바로 먹을 줄 알고 들어갔는데 큰 착각이었다.

우리는 점심 메뉴로 수제 빵(parlenka와 Garlic Parlenka)과 소고기 케밥체(beef kebapche), 그리고 송어구이, 그릭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30분이 지나서도 나올 기미가 없다.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자꾸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자는 마음으로 들렀는데 불가리아 정찬을 먹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음식이 한 가지씩 나오는데 무려 모든 음식이 나오는 시간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더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바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의 양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양 보다 너무 많다.

송어 구이가 이렇게나 큰지 그리고 함께 나온 빵도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사실 메뉴에는 송어구이 100g이 적혀있어서 송어의 일부분 100g을 주는 줄 알고 맛을 보기 위해 주문한 것이었다.

그런데 통째로 한 마리를 구워왔다. 양을 물어보니 600g이 넘는다고 한다.

두툼한 송어구이를 보자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다.

100g당 가격이 적혀있는 걸 모르고 100g을 주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우리의 실수였다.ㅎㅎㅎ

하지만 의도치 않은 실수에 맛 좋은 송어구이를 먹게 되었다.

화덕에 굽느라 늦게 나온 갓 구운 맛난 빵과 케밥체, 그리고 두툼한 송어 구이는 우리의 입과 손을 바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 먹지 못했고 남겨진 케밥체와 빵은 싸가지고 와야 했다.

맛도 좋고 서비스가 훌륭한 곳이었는데 가격이 의외로 저렴해 또 놀랬다.

기분 좋은 서비스와 음식으로 마음과 배를 채우고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 루세(Ruse)로 향했다.



오후 3시 30분, 루세(Ruse)에 도착,

내일 아침 일찍 루마니아로 넘어가기 위해 불가리아 북쪽 도시 루세에 하루 머물기로 했다.

다뉴브강이 흐르는 불가리아의 가장 중요한 항구이자 국제 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가 전체적으로 잘 사는 분위기다.

이 도시의 번화가는 19~20세기의 네오 바로크 양식과 네오 로코코 양식의 건축물들이 주변을 이루어 도시의 화려함도 느껴진다.

루세 거리

루세에 온 김에 번화가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주차장 요금이 무료라 기분 좋게 주차를 하고 우리는 중심가를 향했다.

유럽의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주변에 오래된 우거진 나무들이 참 많아 편안함을 준다.

골목길 양쪽에 커다랗게 늘어선 나무들, 도시의 공원들에는 초록의 나무들이 빼곡하다.  

넓은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오후를 즐기고 있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히 주변을 둘러싼 광장은 포근하기도 하고 편안함을 준다.

광장을 중심으로 걷다 보니 마치 이곳이 오스트리아의 빈(wien)에 온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아름다운 양식의 건물들과 파스텔의 색상들이 타운 중심을 둘러싸고 있어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루세의 광장과 도심 공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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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있는 공원과 다뉴브 강가를 산책해 보기로 했다.

휴일을 즐기느라 많은 주민들이 나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원 옆으로 흐르는 다뉴브 강은 폭도 넓고 물줄기도 세차지만 작년 부다페스트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다뉴브 강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특히 루세가 불가리아의 주요 무역항이기도 한 이유로 다뉴브 강가에는 많은 화물선들과 하역장들이 있었다.

이런 풍경 때문에 부다페스트의 다뉴브는 고풍스럽고 세련되며 낭만이 느껴졌다면 루세의 다뉴브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다.

하지만 강 주변에 마련된 벤치들과 카페 그리고 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여유를 즐긴다.

우리도 강을 따라 한참을 걸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느껴본다.

근처에 장미공원이 있다는 정보에 어렵사리 찾아갔는데 공원 관리도 허술한 데다 장미꽃들도 아직 가득 들어차있지 않고 엉성하게 피어있다.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불가리아 장미로 유명한 도시 카잔루크를 방문해서도 풍성한 장미를 보지 못했는데 이곳 루세에서도 장미는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

루세 장미공원

루세는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수도인 소피아에 비해 관광도시로서의 준비는 아직 덜 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조금 더 완비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내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호스트가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주차 안내와 함께 집을 소개해주기 위해서다.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무척 좁고 낡은 시설인데 숙소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숙소다.

장식물들이 너무 많아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짐을 풀고 아파트 주변을 잠시 산책했다.

놀랍게도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저녁 시간인데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은 상태라 주변이 매우 조용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게 유리창에 안내되어 있는 가게 영업시간을 보니 토요일은 아주 짧은 시간(낮 동안)만 문을 열고 일요일은 아예 열지 않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문화를 중요시하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인지...

우리와 많이 다른 문화다.  

하는 수 없이 저녁 식사로 낮에 싸가지고 온 케밥체와 파를렌카를 다시 구워 맥주와 함께 하니 궁합이 딱 맞는다.

오늘도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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