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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소 May 27. 2024

부쿠레슈티 공원에 매혹되다.

 Herastrau park와 I.O.R. park을 방문하다

루마니아(Romania)의 부쿠레슈티(Bucuresti) 아침 출근길 풍경.

이곳도 러시아워엔 여전히 도로에 차들이 늘어서 밀려있고 북적거린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부쿠레슈티 도심은 가로수가 많아 마치 공원 도로를 운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조금 지체가 되어도 숲처럼 된 풍경을 보면 덜 짜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관광객이 러시아워에 끼어든 것 같아 현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바로 눈앞에 부쿠레슈티 개선문(Arculde Triumf)이 보인다.

부쿠레슈티에도 개선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파리 개선문을 연상시키는데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처럼 정교하고 세밀한 조각이 적어 조금 단순한 느낌이다.

루마니아의 개선문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승리 후  루마니아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1922년에 건설된 건축물이다.

처음에는 목조에 회반죽을 입혔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 화강암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루마니아 조각가들이 새롭게 건축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7m 높이의 이 개선문은 그리스 페르세폴리스 개선문을 모방했다는 이야기, 파리의 개선문을 모방했다는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전쟁에 참여한 희생된 병사들을 기리기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라고 한다. 

개선문을 로터리(rotary) 삼아 많은 자동차들이 돌고 있다.


우리는 개선문 주변에 있는 헤라스트라우 공원(Herastrau park, 또는 미하일 1세 공원)에서 아침 산책 후 집에서 싸가지고 온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개선문과 Herastrau park


1936년에 만들어진 이 공원은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공원으로 알려져 있는 공원으로

Michael 1세 공원 또는 Herastrau공원으로 불리는데 현지인들은 주로 Herastrau공원으로 부른다.

무려 187헥타르에 걸쳐 형성된 이 공원은 크기가 너무 커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해도 전혀 혼잡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 공원 입구에 들어선 느낌은 한눈에 봐도 무척 낭만적인 공원이다.

이 공원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에 첫 손님은 우리인 것 같다.

파란 하늘이 비치는 잔잔한 호수가 무척 아름답다.

이 공원 역시 커다란 호수를 둘러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호수의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다.

얼마나 걸어야 이 호수를 돌 수 있을지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온다.

그래도 아침 상쾌한 공기와 함께 조용하고 여유 있는 시간이라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호수 주변 이외에도 공원에는 다양한 산책코스가 있어 자칫하면 길을 헤맬 수도 있을 것 같다.

공원 곳곳에는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어 이를 보고 다니는 재미도 쏠꼴하다.

제일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상만 있는 공원이다.

설명을 보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인데 유럽의 발전에 기여를 한 위인들인 것 같다.

조금 더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윌리엄 셰익스피어, 프레드릭 쇼팽, 빅토르 위고, 루드비히 반 베토벤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인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런 인물들이 루마니아와 어떤 특별한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만한 위인들의 흉상이 공원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다는 게 독특했다.

공원에는 봄이라 그런지 다양한 꽃들이 잘 크고 있다.

무엇보다 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이 공원은 우리가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한적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낚시를 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 열심히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을 나온 노부부... 그리고 깨끗한 공원을 위해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도 곳곳에 보인다.


우리는 아침을 먹기 위해 따뜻한 햇살을 받는 벤치를 찾는다.

기분 좋게 퍼지는 햇살에 상쾌한 공기와 서늘한 바람, 그리고 주변의 새소리를 들으며 하는 아침식사는 특별함 없는 만찬(?)이다.

아침 식사 후 우린 한참을 이 공원에 머물며 부쿠레슈티의 상쾌한 봄 공기를 듬뿍 마셔본다



점심식사는 루마니아 전통 빵을 팔고 있는 Luca라는 제과점에 줄을 서서 빵을 샀다.

우리는 사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성격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곳은 피해 조용하고 사람 없는 현지인들의 가게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 맛집 베이커리가 있고 더 좋은 건 줄 서는 사람이 몇 없어 나도 줄을 서서 빵을 사 보기로 했다.

다행히 베이커리 맞은편에 공원이 보여 그곳으로 가 먹기로 했는데 낮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있어 놀랬다.

공원 도심 한복판 공원에 낮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젊은이들, 나이 든 사람들 모두 벤치에 앉아 낮시간을 즐긴다.

큰 기대 없이 빵을 한입 먹어보는데 의외로 내 입에 맞는다.

부드럽고 쫄깃한 반죽에 안에 들어간 햄과 치즈가 조화롭게 입에 착 붙는다.

남편과 나는 하나씩 사서 먹었는데 꽤 저렴한 가격에 꽤 괜찮은 빵이었다.

역시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Luca'라는 빵집이 보이면 들러 사 먹기로 하고 우리는 부쿠레슈티에서 유명한 다른 공원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Luca 제과점

번잡한 올드타운을 조금 벗어나면 도시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공원이 나온다.

점심 식사를 소화도 시킬 겸 부쿠레슈티 시민이 자주 찾는다는 공원으로 향했다.

부쿠레슈티 거리는 넓고 차는 많지 않아 운전하기에 편해 우리와 같은 낯선 여행자들에게는 무척 다행이다.




Alexandru Ioan cuza Park(I.O.R. park)에 왔다. 

1859년 루마니아의 첫 번째 통치자 'Alexandru Ioan Cuza'의 이름을 따 지은 이 공원은 1965년에 시작하여 5년에 걸쳐 완성된 공원이다.

이 공원은 부쿠레슈티 도심에 사는 주민들이 힐링과 기분 전환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부쿠레슈티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공원이기도 하다. 


푸른 하늘 아래 녹음이 우거진 자연 속에서 휴식을 할 장소를 찾는 다면 바로 이 공원일 것 같다.

 paddle boat나  canoe,  kayak을 탈 수도 있고 호수 근처 벤치에 앉아 점심이나 커피를 마시고 잔디에 앉아 대화도 하고 낮잠도 잘 수 있는 편안한 공원이다.

또 호수(Titan lake)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트랙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걸어서 산책도 할 수 있다.

이 공원에는 인공 섬들도 보이는데 그곳에서는 아예 옷을 벗고 누워 따뜻한 햇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사람의 시선 관계없이 타인에게 피해만 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는 사람들...

그런데 내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도 점점 이들 문화에 익숙해지나 보다. ㅎㅎ

잘 조성된 산책길과 공원 내 섬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아름다운 공원이다.

공원 한쪽에서는 농구 코트와 축구장, 어린이 놀이터와 탁구대가 있어 사람들이 신나게 탁구도 한다.

햇빛을 받으니 몸이 따뜻해지는데 녹음이 우거진 청량한 공기, 잔잔하고 깨끗한 호수 주변을 남편과 걸으니 마음도 기분도 더 따뜻해진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공원이다.

편안한 부쿠레슈티 도심 공원

오래된 공원이라 그런지 주변을 둘러싼 우거진 나무들이 몸집도 크다.  호수에 한가로이 떠다니는 오리들, 그러고 보니 거북이들도 보인다.

우리도 호수를 따라 한 바퀴 걸으니 뜨겁던 해가 기운을 다했는지 서서히 해가 지려한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비된 공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오래된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만들고 아름다운 호수와 섬까지 만들어진 잘 정비된 공원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비록 오후 동안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I.O.R. 공원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공원이다.

파리의 도심 벵센(Vincenne) 공원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숙소로 향하는 길 근처 작고 조용한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주변 풍경을 보고 한숨 돌리며 서서히 부쿠레슈티 여행을 마무리해야겠다.

독재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대한 건물부터 시원하게 뻗은 도로들, 그리고 녹음으로 우거진 도시, 잘 정비된 공원들, 그리고 파리를 떠올리게 하는 올드타운...  

큰 기대 없이 방문한 단 이틀간의 부쿠레슈티는 우리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인상을 남겼다.

언젠가 다시 올 도시, 부쿠레슈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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