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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곰 Apr 08. 2024

"오다 주웠어"

아들과 남주의 꽃 선물

학원 끝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아들이 안 온다.

무슨 일이 있나?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엄마~"

드디어 아들 등장.


"아들 왜 이렇게 늦었어?"


"오다 주웠어."

작은 벚꽃을 건네는 아들.


책가방도 안 내려놓고 가져온 벚꽃을 건네는 아들덕에 오랜만에 심쿵했다.


"엄마, 이 꽃 예쁘지? 책 사이에 끼워서 말리려고."

드라마에서 종종 남주가 여주에게 꽃을 선물하면서 건네는 말

"오다 주웠어."

무심히 건네는 꽃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츤데레 남주의 마음이 은근슬쩍 엿보이기 때문.


요즘 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에서도 이 반가운 대사가 나온다.


남주는 우리나라 배우 채종협

여주는 일본배우 니카이도 후미


배달하면서 쪽지를 주고받으며 호감을 가지게 된 남녀가 직장에서 사장님과 인턴으로 만나는 이야기


귀여운 직진남 남주가 여주에게 꽃을 건네며 하는 말

"오다 주웠어요."


여주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며 나도 같이 설렌다.



나도 꽃 선물 참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생일에 꽃 사달라고 노래를 불러도 남편에게 꽃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어떤 선물 받고 싶어?"

이렇게라도 물어봐주면 좋으련만.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와도 아무 말도 없다.


혹시 깜짝 선물을 준비했나 기대했지만 그냥 준비를 안 한 거였다.

"꽃 금방 시들잖아. 그냥 딴 거 사."

'아니 그럼 딴 걸 사주지. 내 선물을 내가 직접 사나?'

서운하지만 표현하면 더 속상할까 봐 그냥 넘어갔다.


꽃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딱히 필요도 없고 돈이 되거나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세 시들어버린다.

어찌 보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꽃을 선물 받으면 기분이 좋다.

내가 존중받고 사랑받는 기분이 든다.

집안에 꽃이 있으면 분위기가 환해진다.

비록 며칠이지만 생화가 풍기는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


오늘은 아들 덕분에 봄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내일은 꽃을 보러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예쁜 꽃이 떨어지기 전에

내 눈에 가득 담아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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