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마다 상담주간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이 오면 고민이 된다.
'신청을 해야 하나? 안 해야 하나?'
선생님이 궁금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는지, 공부는 어느 정도 하는지 알고 싶은 게 정말 많다.
하지만, 궁금한 만큼 두려움도 큰 법.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아이의 학교생활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은 나에겐 시험 보고 난 후 점수를 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험을 잘 본 사람은 점수를 보고 뿌듯하고 안도하겠지만,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안 좋은 경우엔 실망스럽고 결과를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아이가 내 시험점수도 아니고, 좋은 소리만 들으러 가는 것이 상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왜일까.
작년엔 상담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안 갔다. 그랬더니 딸이 왜 엄마는 상담을 안 왔냐고 엄청나게 속상해했다. 잘하고 있으니까 굳이 상담을 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딸은 엄마가 와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이번에도 상담 신청 가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엄마 상담 갈까? 전화도 돼도 직접 학교에 와도 되고 아님 신청 안 해도 된대."
그랬더니 딸은 꼭 오란다.
"엄마, 선생님이 진단평가 점수 상담 오면 알려주신대. 꼭 듣고 와. 그리고 선생님하고 이야기 잘하고 와줘. 나 선생님 무섭단 말이야."
학기 초라 잔뜩 긴장한 딸은 선생님이 왠지 무서우면서도 잘 보이고 싶은 가 보다.
"응, 엄마가 우리 딸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올게. 학교 즐겁게 다닐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말할게."
아들은 상담하든 말든 별 상관은 없어하는 눈치다.
"엄마가 알아서 해. 근데 교실 오면 내가 만든 시화 작품 꼭 봐줘. 시를 쓰고 그림 그리기 활동을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좀 잘한 것 같아."
결국 이런 이유로 둘 다 대면상담을 신청했다.
드디어 상담날.
딸이 무섭다고 했던 담임선생님은 온화하시고 친절하셨다. "매일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학교 생활하는 것이 보기 좋아요. 수업시간에도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발표 실력은 차차 연습하면서 키워나가면 되죠. 진단평가 결과를 보니 그동안 성실히 공부한 것 같네요. 오늘 집에 가면 선생님이 칭찬 많이 했다고 전해주세요."
집에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즐겁게 학교생활하고 있는 딸. 잘하고 있다는 말이 어찌나 위안이 되고 감사하던지 모른다. '우리 딸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즐겁게 학교 다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아들 상담 시간
상담 신청하신 이유를 물어보셔서 고해성사 보는 기분으로 아이에 대해서 솔직히 말씀드렸다. 매번 숨기고 싶은 진실들, 그냥 말하지 말까 고민했지만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받고 싶었기에 담담히 말씀드렸다.
"어머님 ○○에 대해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말씀 듣고 나니 ○○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이 이해가 되네요. 앞으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을 들으니 가슴에 얹힌 무거운 돌 하나가 빠진 것 같다.
그리고 아들이 만든 시화 작품을 보여주셨다. 느리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결과물을 만든다는 아들. 아들 작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잘해서 칭찬받는 것보다 두배로 기뻤다. 아이가 잘 커주고 있다는 것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감사하고 놀라운 일인지.
두 아이의 선생님을 만나 뵙고 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올 한 해도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