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문득 기쁜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행복’이라 불러도 되는 건지 조심스러워집니다.
별일도 아닌데 웃고 있는 나를 보며
괜히 “이건 그냥 기분 좋은 거지”라며 선을 그어보기도 하고요.
행복은 항상 큰일이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원하던 일을 얻게 된다거나,
누군가의 확실한 사랑을 받는다거나,
내가 꿈꾸던 인생에 아주 가까워지는 그런 순간들.
그래서일까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햇볕 좋은 창가에 앉아 있을 때,
바삭하게 잘 구워진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산책 중에 강아지가 올려다보며
꼬리를 흔들었을 때,
그 순간마다 기분이 좋은데도,
“이건 그냥 잠깐 기분이 좋은 거야”라며 넘겨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잠깐 좋았던’ 감정들이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기억이란 이상해서,
크고 특별한 일보다
그냥 스쳐간 장면 하나, 공기 한 모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남을 때가 많더라고요.
별일 없었던 하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이상한 편안함.
창문을 열었을 때 들려오던 먼 바람 소리.
지하철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흐르던 순간.
그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생각보다 많이
내 마음을 지탱해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행복은 어쩌면,
“행복하다”라고 말할 용기를 내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사소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작은 감정이라도
그게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했다면,
그건 그냥,
‘행복’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제는 그런 순간들을 더 많이 붙잡고 싶습니다.
기억하고, 인정하고,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조각들이 모여
나를 살게 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 속에서
별것 아닌 행복 하나를 조용히 담아봅니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