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다는 말을,
나에게 배워가는 중입니다

부족함을 자꾸 증명하려 했던 나에게

by 여백로그


어릴 적부터 저는

칭찬보다는 다음 단계를 먼저 배웠습니다.


“잘했어”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럼 이제 다음은 이걸 해보자”라는 말이 따라왔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지금 이만하면 괜찮다’는 말에 익숙하지 못한 채,
늘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자라왔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요즘 잘 지내는 것 같아”라고 말을 건네면,
저는 “고마워”라고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아니야, 아직 많이 부족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제 입 밖으로 나오진 않더라도,
제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저를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그건 겸손이 아니라,
제 안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불안의 말투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런 감정을 더 자주 느낍니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고,
각자의 자리를 빛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누군가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누군가는 자격시험에 붙고,

누군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차근히 이어가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소식들을 보다가
문득, 멍하게 앉아 있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물론 저도 나름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기분이
늘 하루의 끝에 남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작고 별것 아닌 일로 보일까 봐,
아니면 저 스스로 기대했던 만큼 크지 않아 보여서
괜히 제 존재마저 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잘하고 있다’는 기준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을까.


왜 저는 제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늘 마음 어딘가에서는 경쟁하고 있었을까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말이죠.


결국, 저는 언제나 누군가의 시선을 상상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상상 속 시선은
저를 나아가게도 만들었지만,
제 현재를 ‘부족함’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걸 인정받기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제 등을 계속 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부족함을 무조건 채우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는 걸,
조금 느리고 부족해 보여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부족함이라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 감정 속에서
조금 덜 흔들리고 싶습니다.


그저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지금의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이만하면 괜찮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