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실습의 기억
간호대학 시절, 대부분의 실습은 우리 학교 병원에서 진행되었고 그 외 다양한 영역을 경험하기 위해 외부 실습도 종종 나가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실습은 ‘잘해서 기억에 남는 순간’보다 ‘어설퍼서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들’이 더 많다.
우리 병원에도 폐쇄 병동이 있었지만,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해 외부 정신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한 번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나올 수 없는, 폐쇄 병동.
그곳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투약이었다. 약을 드리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삼키는 것까지 확인해야 했다.
가끔 약을 먹지 않으려고 혀 밑에 숨기는 분들도 있어서, 우리는 환자분께 “입 좀 보여주세요”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혀 아래까지 확인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탁구를 정말 많이 쳤다.
환자분들과 편을 나눠 경기를 했는데, 아니, 그분들은 왜 이렇게 잘 치시는지! 웬만한 대회 수준이었다.
괜한 승부욕이 발동해서 거의 목숨(?) 걸고 쳤던 기억이 있다.
병원 소아과 병동 실습을 마친 뒤, 외부 실습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보건교사 실습을 나갔다.
유치원은... 정말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마치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그때는 내가 20대 초반이라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지금 우리 집 7살 아이를 생각해 보면... 부서지진 않을 것 같다. ㅎㅎ)
실습 마지막 날, ‘충치 예방’ 교육을 위해 연극을 준비했다.
우리는 역할을 나눠 직접 의상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검은색 삼지창까지 완비한 세균맨이 되고 누군가는 사탕과 초콜릿이 되고 또 누군가는 치약 묻힌 칫솔이 되어 영혼까지 끌어모은 연극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완전히 몰입했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신났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전지를 넘겨가며 시청각 교육을 하고 직접 칫솔을 들고 양치 실습도 진행했다.
그때는 정말 정성스럽게 가르쳤는데, 지금 집에 있는 7살, 9살 아이들에게는... 왜 그렇게 자상하지 못한지 모르겠다.
보건소와 연계된 독거 어르신 댁을 방문하는 실습이었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방문간호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업무를 배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종일 어르신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많았다.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집에서 하시는 부업도 함께 했다.
우산살 끼우기, 상자 접기 같은 일들. 한 개에 몇 원이었는데 열심히 따라 해 보지만 어르신들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해 드리고 싶어서 하루 종일 함께 앉아 그것만 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지역사회간호학 실습은, ‘부업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말기 암 환자분들이 계신 병동.
실습 전에는 혹시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슬플까 봐 많이 긴장했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였다.
환자분들은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그리고 실습 마지막 날, 우리는 모든 병실을 돌며 환자분들께 ‘축복송’을 불러드렸다. 그날은 우리도, 환자분들도 모두 눈물바다였다.
서로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지금도 떠오른다.
실습을 돌며,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 있다.
수많은 전문간호사들 중, 우리는 '바이탈 사인 전문간호사'라고! 실습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늘 바이탈 사인만 쉴 새 없이 측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실습이 끝날 때마다, A4 10포인트로 최소 40장이 넘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를 써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때로는 그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발표조차도 평범하지 않고,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하거나 스스로 대본을 써가며 역할극을 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너무나 흑역사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진지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쌓여 우리는 결국 간호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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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안녕’을 묻는 네 가지 신호:
바이탈 사인(vital sign)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가장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몸은 이 네 가지로 자신의 상태를 말합니다. 숫자가 조금만 달라져도, 우리는 평소와 다른 ‘이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상 범위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의 변화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