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데이비드린치
제목: B구역
새벽 3시 반. 창고.
신입 윤 씨가 B구역으로 간다.
선배가 말했다. "B구역 재고 확인하고 와." 그것뿐이었다.
그는 B구역이 어디인지 모른다. 지도를 봤다. 창고 뒤편. 냉동고 지나서 왼쪽.
냉동고를 지난다.
왼쪽으로 꺾는다. 통로가 좁아진다. 형광등이 하나 꺼져 있다. 다음 형광등까지 거리가 멀다.
어둠 속을 걷는다.
B구역 표지판이 보인다.
빨간 글씨.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B'만 선명하다. 나머지는 읽기 어렵다.
윤 씨는 안으로 들어간다.
선반이 있다.
다른 구역과 같다. 박스가 쌓여 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그는 박스를 본다.
라벨이 없다. 하나도 없다. 모든 박스가 갈색 골판지 그대로다.
PDA를 켠다.
'B구역 재고'를 검색한다. 결과 없음.
다시 검색한다. 결과 없음.
이상하다.
그는 박스 하나를 연다.
안에 뭔가 있다. 하얀 스티로폼. 그 안에 뭔가 더 있다.
손을 넣는다.
차갑다. 둥글다. 무엇인지 모르겠다.
꺼내지 않는다.
손을 뺀다. 박스를 닫는다.
뒤에서 소리가 난다.
웅웅. 낮은 소리. 기계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
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래인 것 같기도 하다. 안인 것 같기도 하다.
윤 씨는 걸음을 옮긴다.
선반 사이를 지난다. 똑같은 박스들. 라벨 없는 박스들. 줄지어 서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아까 지나온 선반이다. 같은 선반이다. 확실하다. 저 구석의 찌그러진 박스를 봤다.
그런데 왜 다시 여기 있는가.
다시 걷는다.
왼쪽으로 꺾는다. 선반이 나온다. 같은 선반이다. 찌그러진 박스가 있다.
심장이 빨라진다.
그는 뛰기 시작한다.
선반 사이를 지난다. 꺾는다. 또 꺾는다.
출구가 없다.
멈춘다.
숨을 몰아쉰다. 땀이 난다.
조용하다. 웅웅 소리도 멈췄다.
앞에 문이 있다.
아까는 없었다. 확실히 없었다.
빨간 문이다. 손잡이가 없다.
윤 씨는 문 앞에 선다.
문을 민다. 열리지 않는다.
다시 민다. 열리지 않는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윤 씨?"
돌아본다.
선배다.
"뭐 해 거기서. 한 시간째 찾았잖아."
"여기... B구역 아니에요?"
"B구역? B구역은 저쪽이야. 여긴 폐쇄 구역이야."
윤 씨는 뒤를 돌아본다.
빨간 문이 없다.
선반만 있다. 평범한 선반. 라벨 붙은 박스들.
"가자. 일해야지."
선배가 걸어간다. 윤 씨는 따라간다.
그는 한 번 더 뒤를 본다.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웅웅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아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