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지중해식 식사를 3

by 연우

참다못한 남편은 지나가던 다른 종업원을 붙잡고 얘기했다. 우리는 아직 물도, 티슈도, 못 받았다고. 음식은 언제 나오느냐고.


남편의 질문에 그 종업원은 말갛게 웃으며 대답했다.

“ 몰라? 난 당신들의 서버가 아니야~ ”


그곳의 문화가 그런 거였다. 각 테이블에 지정된 종업원만이 그 테이블을 담당한다는 거다. 허공에다 대고 “여기 물 좀 주세요! 김치 좀 더요! 계산이요!”를 외치면 되는 한국과는 달랐다.


해외에는 이런 문화가 있구나. 이렇게 또 배워가네, 재밌다! 고 생각하던 와중에, 앞을 봤다. 남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그” 종업원을 눈으로 찾고 있는 듯했다.


남편: (심란해진 얼굴로 두리번두리번)

나: 곧 오겠지. 여기는 더운 나라라서 사람들이 느긋하게 일하나 봐. 테이블마다 지정 서버가 있는 건 또 몰랐네. 재밌다 그치?

남편: 우리 거 메뉴 제대로 들어간 거 맞겠지? 물도 안 가져다주고 참. 자기가 지정 서버 아니면 우리 담당 서버한테 말해주면 되지 않나. 희한하네.


‘희한하다.’

부정적인 말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남편이 불쾌한 상황을 만나면 하는 말이다.


나: 사람들이 여유가 있네. 음식도 천천히~ 더 잘 만들어주려나 보지.

남편: 마음에 안 드네. 참 희한하다.


남편의 ‘희한하네 ‘가 몇 번이나 더 들렸을까, 드디어 우리의 “그” 종업원이 미소를 머금고, 느긋하게 우리 테이블로 왔다. 그러더니 물과 컵,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후 친근하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각색이 조금 들어가 있다.

종업원: 안녕. 여행 왔니?

남편: 응~ (우리 음식은 언제 나와?)

나: 우리 허니문 중이야. 어제 결혼했어. (아싸. 외국인이랑 영어 써볼 기회다. 재밌다. 재밌다.)

종업원: 와우. 축하해. 지중해식 음식 먹어봤니?

남편: (먹어 보게 좀 가져와.)...

나: 아니, 한 번도 없어. 너무 기대돼!


남편은 T고, 나는 F다.


남편에게 “물과 컵, 나이프가 30분이나 지나서 나오고,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음식은 아직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 상황은 굉장한 문제였고, 당장에 해결이 필요한 것이었다.


반면 나는 이곳 사람들은 이런 성격이구나, 저들의 사정이 있겠지. 어차피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 얼마든지 즐기며 기다릴 수 있다고 여겼다. 해결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것이었다.


하얀 천막 앞에서는 남편의 손이 나를 이끌었고, 하얀 천막 뒤에서는 나의 신나는 표정이 남편의 찝찝한 감정을 누그러 뜨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나 달라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 종업원은 또 한참 후에 샐러드 두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남편의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샐러드와 나의 연어 샐러드였다.


남편: 그래, 기분 좋게 먹어보자. 이 치즈 너무 궁금했어.

음식이 등장하면서, T의 문제가 일단락되고 있었다.

적어도 그런 줄로 알았다.


염소치즈.. 알고 보니 그놈이 더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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