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지중해식 식사를 2

by 연우

하얀 천막 아래로 들어서니 정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어느 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휴양하러 간 곳이 이런 데였는데. 갑자기 경기도 구암시가 이탈리아 무슨 무슨 섬이 되었다.


그때 결심했다. 그래! 계획이고 무엇이고 한번 도전해 보자. 자유롭게,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신행을 즐겨보는 거야! P처럼! 날아보는 거야!


마음이 한껏 산뜻해졌고, 갑자기 설레어 버린 마음을 다독이며 직원의 안내를 기다렸다.


남편은 성격이 나보다 급한 편이다. 스스로 정한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아무도 나오질 않으니 답답해진 모양이었다.


이미 이탈리아 무슨 무슨 섬에 들어와 있는 나는 아무렴 어때, 그저 식당 안을 둘러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또 한참이 지나고, 남편은 결국 식당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 한 명을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 남자는 우리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메뉴를 받고 나서야 그곳이 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내가 드라마 하나는 잘 봐두었다. 이탈리아 무슨 무슨 섬이 맞았구나. 나의 설렘은 점점 몸집이 커지고 있었다. 무모한 도전은 어느새 아름다운 무한도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뉴를 보는데, 지중해식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또 한 번 움츠렸다. 그나마 먹어본 적 있는 메뉴와 가장 흡사해 보이는 연어 샐러드와 파스타 같은 것을 골랐다. S형이라 그렇다.


와중에 N형인 남편은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를 먹어보자고 했다. 이유는 ‘안 먹어본 것이라서’였다.


그렇게 음식을 시키고 나자, 한 고비를 넘긴 것처럼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다. 그제야 다시 신혼부부다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결혼은 좋은 것이다, 우리 잘 살아보자 등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깨를 볶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지나도,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주문한 음식은커녕 물, 티슈, 식기 같은 것을 주지 않는 거다. 아무리 지나도. 30분이 넘게 지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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