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경기도 구암시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아니다. 괌으로 다녀왔다.
모든 일의 필수품이 ‘계획’이라 믿는 J형 인간답게 엑셀을 켜고 신혼여행 중 방문하면 좋을 식당을 주욱 적어뒀다.
괌에 도착해서 첫 식사를 하려고 길을 나섰다. 기분이 몹시 좋았다. 결혼식이 끝났고, 회사도 안 가고, 여기는 외국이고. 이제 단 둘이서 일주일이나 놀고먹을 수 있다니. 신혼여행을 위해 결혼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먹지? “ 남편이 물었다. 엑셀 파일을 열어 식당 하나를 골랐다. 새우 요리를 파는 곳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후기를 여러 개 보았다. 자신 있게 식당을 추천했고, 식당 근처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경기도 구암시였다. 경기도 구암시 어느 동네의 새우집이었다. 한국인들이 줄을 늘어서있고, 아직 식당 근처에 가기도 전인데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우수수 들렸다.
남편은 P형 인간답게 갑작스러운 선언을 했다.
남편: 우리 저기 가지 말고, 다른 데 가자.
나: ??
저기 말고 어디를..? 다시 엑셀을 열었다. 대체할 다른 식당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 내 머리 위로 남편이 2차 긴급 선언을 했다.
남편: 저기 가보자! 하얀 천막 있는데 저기!
나: ?????? 하얀 천막? 뭐 하는 덴데?
다시 엑셀을 들여 봤다. 하얀 천막이 걸린 식당은 나의 목록에는 없었다. 무슨 메뉴를 파는 곳인지도 모르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데는 안 가는데 하물며 외국에서 그런 도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나: 뭐 파는지 알아?
남편: 모르지? 가보는 거지! 우리 이번에는 자유롭게 이것저것 막 해보자.
나: 왜?
남편: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간판도 없는, 하얀 천막 아래로 남편 손에 이끌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