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스치 먹는 사람

by 연우

남편과 나는 MBTI 네 글자 모두 정반대다. 하나도 겹치는 게 없다. 그래서 나란히 적으면 8글자가 된다.


MBTI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


“와, MBTI는 정말 과학이야!!!”


어느 날 어머님께서 김치를 담가 보내주셨다. 진짜 맛깔났다. 당장 수육을 삶아 먹고 싶었는데, 집에 재료가 없어서 그다음 날 저녁에 먹기로 했다.


<김치가 온 날 저녁>

나: 수육 재료 사서 삶아 놓을게. 내일 저녁에 먹자~

남편: 아냐, 배달시켜. 언제 삶게. 힘들어서 안 돼.


나는 다음 날 수육을 삶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 날 저녁>

남편: 오늘 햄버거 땡긴다~ 햄버거 먹을래?

나: (ㅋㅋㅋ 오늘 저녁 메뉴는 수육이었는데…?) 나는 상스치~~(구: 상하이 스파이시 치킨버거 / 현: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남편은 그저 맥도날드를 지나다가 그 순간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 거다.


예전 같았으면 저녁 메뉴가 수육에서 갑자기 햄버거로 바뀌는 게 너무 불편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웃으며 같이 “상스치” 먹는 사람이 됐다.


정반대 성향과 살다 보니, 나도 조금 유연해진다.

나, 어쩌면 P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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