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기브

by 연우

육아하면서 남편에게 ‘기브 앤 테이크’ 논리를 사용할 때가 있었다. 가령 남편이 분리수거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워줬으니, 저녁에 운동가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말자. 같은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맹점이 있다. 그의 행동에 자꾸만 합당한 명분을 찾으려 하고, 그의 자격을 운운하게 된다는 것. 그럴 권리가 나에게 없는 것도 문제지만, 내 쪽으로 ‘테이크’가 (내가 생각하기에) 형평하게 되지 않는 것만 같을 때. 더 큰 문제가 있다. 부러 억울한 마음이 치미는 것이다.


남편은 다 하는데 나는 어쩌고 저쩌고 하며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감정을 쏟아내게 된다. 남편과 관련 없는 것까지 다 끌어 모아서. 괜찮았던 것들마저 안 괜찮은 것으로 만들고, 그걸 다 남편 탓으로 돌리는 그런 못난 마음이 된다.


언젠가부터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기브 앤 기브’로 생각하기로 했다. 남편에게도 주고, 나에게도 주기. 주고받고가 아니라 그냥 주고, 주고.


남편이 어제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 운동을 하고, 조금 늦은 저녁에 귀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잠투정을 하며 우는 아기를 달래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밥을 주문했다. 그것도 특선으로. 먹고 싶은 거 다 담아서.


아기가 잠들고, 옆 방으로 건너와 초밥을 먹으려는데 남편이 왔다. 너무 미안하고 정말 고맙다고 했다. 운동은 덕분에 재밌게 잘했다고 덧붙였다. 나도 오늘 아기와 너무 재밌었다고, 자기도 나도 재밌었으니 좋다고 답했다. 그리고 초밥 몇 알을 남편 입에 넣어줬다.


마음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렵지만, 마음을 바꾸면 많은 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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