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관련된 소중한 추억 하나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수학시간.
쌓기 나무를 배우는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걸 있는 것처럼 생각해 내란 요구가 버거웠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나무 블록을 요리조리 움직여봐도, 도통 모르겠는 게 정말 답답했다.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는데 그 단원에서는 정말 어쩌지를 못하고 절절맸다.
단원 평가를 봤다. 빨갛게 비가 내리는 시험지를 받아 들고는 몹시 당황해서 바로 책상 밑에 구겨 넣었다. 내 점수는 늘 앞자리가 9 혹은 10였는데. 처음 보는 숫자를 만난 거다.
선생님께서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셨다. “이번 단원평가는 우리 반 모두 너무 못 봐서, 재시험을 볼 거예요. 시험지를 돌려줄 테니 다음 시간까지 다시 공부해 오세요.”
그날 집에 가서 시험지를 들고 한참 고민을 하다가 문방구로 향했다.
당시 문방구에서는 쌓기 나무 블록 세트를 판매했다. 크기별로 색이 다른 나무 블록이 여러 개 들어있어 직접 쌓아볼 수 있는 교구였다.
다른 준비물을 사러 갔다가 진열돼 있는 걸 봤을 때만 해도, 장난감도 아니고 저런 걸 누가 사느냐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거금 5천 원을 받아 들고 그 세트를 사서 집으로 왔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덜렁거리지 말고 정성 들여서 하라고.
그 말이 무엇인지 완전히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쌓기 나무 앞에서는 머리가 도통 움직이지 않으니.
엉덩이를 붙이고, 손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빨갛게 물든 시험지를 옆에 두고, 교과서를 펴놓고. 나무 블록을 하나씩 꺼내서 일일이 쌓아보기 시작했다. 문제에 나온 대로 하나하나 쌓았다가, 다시 또 혼자 고민해 봤다가. 그날은 저녁밥도 안 먹고 밤늦도록 나무 블록을 만졌던 게 아직까지 기억난다. 나중에는 나무 블록 색소가 손에 배고, 톱밥 같은 것이 책상을 가득 채웠다.
다음날 치른 재시험에서 나는 백점을 맞았다. 백점을 맞아서 기뻤고, 도무지 모르겠던 쌓기 나무 단원을 정복한 것이 더욱 기뻤다.
내가 끈기도 부족하고 못난이처럼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그날 했던 공부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릴 적 그런 일을 해둔 나에게 두고두고 감사하고 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고생스럽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 날이 오면, 그때그때 고생해 본 추억이 먼 훗날 너를 지켜주고, 치켜세워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