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의 위치

by 김주시

나의 정보를 훑어본 매니저는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많이 알고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나이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객님. 조건이 좋아요. 연봉도 높고 저축도 많이 하셨고, 호감형의 외모에요.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요."


전화 너머로 나에게 최대한 상처를 덜 주려는 듯이 단어를 고르면서도 "너의 현실에 대해 아직 직시하지 못했구나"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는 듯 했다. 긴 대화의 결론인 즉슨 "나와 어울리는 남자들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 나이때문에" 그래서 내가 원했던 것들 (4살 이내의 나이차이, 키) 을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 시장에서는 여성은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고연봉의 전문직만 바라거나 연예인급의 외모를 바란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나보다는 큰 키, 대화가 통할수 있게 비슷한 연령대를 원했다. 그런데 나보다 연봉이 낮은 남자는 나를 부담스러워하고, 나와 비슷한 커리어의 남자는 내 나이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 누군가 이야기했었다. 어릴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고 나면 1의 여자와 10의 남자만 남는다고. 그런데 1의 여자와 10의 남자가 만나기는 힘들기 때문에 결국 오래 혼자 지내게 된다는 거였다.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각자의 가치과 이상형이 있을텐데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나는 그런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매니저와의 통화를 마치고 결국 현실을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물론 자연스러운 인연을 만날때는 상관이 없을수 있겠다. 하지만 이 결정사 시스템에서는 결국 나의 투입된 돈과, 그에 상응하는 몇번의 기회들 속 나와 가장 맞는 사람을 찾아야하고, 어쩔수 없이 숫자로 표현되는 객관적 정보가 중요할수 밖에 없으며 그 숫자들 중 나는 "나이"에서 가장 약자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전진하느냐, 혹은 멈추느냐. 나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선 걸어가보기로 했다.


" 알겠어요. 제가 걸었던 모든 조건을 다 취소할게요. 매니저님의 생각에 가장 저와 어울릴거 같은 사람으로, 키,나이, 외모, 연봉 불문 추천해주세요."


그렇게 나의 미팅이 시작되었다.


덧붙임.

그렇다면 결국 나는 젋을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일찍 결혼을 준비하고 이행했을까.. 라고 돌이켜 보면. 나는 이 모든 현실을 다 알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거다. 그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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