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사람
나는 늘 가까운곳에서 연애를 했다. 소개팅 같은 인위적인 만남은 가끔 있었지만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호감을 느끼고, 연애로 발전했다.
30대 중반부터 내가 생활하는 반경이 좁아졌다. 학년이 바뀔 일도, 학교를 새로 들어가는 일도, 직장을 옮기는 일도 이제는 줄어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어느새부터인가 귀찮아졌다. 이미 나를 아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당장 누군가를 만나봐야겠는데 어디서 만나야하지. 흔히들 이야기하는 와인모임이나 동호회, 독서모임들은 코로나의 여파로 모두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얼마전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를 통해 결혼한 친한 동생 생각이 나 전화를 걸게되었다.
그저 자유롭게만 살 거 같았던 철없는 언니의 SOS전화를 받은 K는 1시간에 걸친 애정어린 정보(feat.잔소리)를 쏟아냈다.
"언니. 지금도 늦지 않았어. 하지만 시간이 없기때문에 빨리 연락하도록 해 ."
동생의 정보에 따르면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수 있지만) 일반 결정사에는 사람이 많지만 대신 만남의 횟수가 정해져있고 차감되는 방식이며 노블사는 고객의 풀은 적더라도 성혼비가 따로 크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매니저들이 실제 결혼까지 갈수 있게 적극적이라는 거였다. 인연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빠른 시일내에 어디든 가입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매니저였던 이들의 전화번호를 넘겨주었다.
결정사에 전화를 하고 몇백이라는 (나이가 많아서겠지?) 가입비를 결제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뭐든지 올해 열린마음으로 해보기로 결정한 상태였으니까.
다만 결제를 하고 나서 내 정보를 입력하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누군지 모를 다수의 사람에게 보여줄 자기소개도, 나의 학교 & 직장과 월급을 적고 경제상태를 적는것도, 가족들의 정보와 집안의 재력을 적는것도 전부 다 생경하게만 느껴졌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내가 원하는 사람에 대해 적는 거였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무슨 수로 설명하고 적을수 있을까. 원하는 외모 또한 너무나도 주관적인 것임을 글로 옮기면서 깨닫게 되었다.
결국은 수치로 판단할수 있는 정보들 - 나이, 키, 연봉 등등 - 을 바탕으로 램덤하게 (물론 매니저의 직감?! 이 들어가겠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가치관이기를, 나와 말이 통하기를 그저 바라는 수밖에는 없는 시스템임을 깨달으면서 과연 이것이 맞는 길인가, 이 돈을 버려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경험이 될 거야, 결실(?)이 없더라도 최소한 나는 이만큼 노력했으므로 더이상 후회는 없을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매니저에게 내 정보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