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30. 2023

“으스대기 좋아하는 태리” 반려견의 과시욕일까?

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10)

“아빠, 내가 집에 오니까 태리가 막 반가워하다가 앞집 웅이한테 가서 막 짖네?"

"그래? 왜 짖었을까?"

      

“우리 누나 집에 왔다. 이제 같이 놀 거야. 너는 누나 없지? 이러는 것 같아 하하.”

“정말? 그거 참 재미있네.”     


지난 주말 시골집에 밤늦게 방문한 둘째의 이야기다.    

  

우리 집 뒤편을 끼고 흐르는 작은 개천 앞에 앞집이 있는데 그 집에는 웅이라는 진돗개가 산다. 웅이의 견주는 나이 드신 할머니인데 웅이의 힘이 워낙 세고 컨트롤이 안돼서 산책은 전혀 하지 못하는 편이다. 견사에 갇혀있다 보니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주 짖는 편이다. 게다가 매우 사나워서 한 번은 산보하는 우리 태리를 뒤에서 습격하여 목덜미를 한번 물린 적도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자발적으로 출근하여 종일 근무를 하는 태리의 사무실.


태리는 매일 아침밥을 먹고 나면 개천이 흐르는 면 코너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달리는 차들을 따라 같이 뛰어서 달리는데 그곳이 태리가 우리 집에서 가장 선호하는 장소이다. 맨바닥에 앉아 있으면 진드기가 옮을까 봐서 사용하지 않는 소파를 가져다 놓았더니 자연히 그 자리가 태리의  근무장소가 되었다. 아침에 태리가 출근하면 집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자기 근무장소에서 종일 근무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자리에서는 웅이의 모습이 잘 내려다 보인다.    

  

평소에는 그런 행동을 잘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가족들이 방문하거나 가끔 내가 늦은 오후에  귀가하게 되면 꼭 웅이네 집을 향해 짖으면서 일종의 자기 과시를 한다.   

  

태리의 으스대는 행동은 웅이한테만이 아니다. 아침산보시간에 꼭 지나가게 되는 전원주택에는 두 마리의 반려견이 작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고 있다. 태리는 이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조금 독특한 행동을 한다. 그 집 앞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일단 잠시 멈춰 서서 그 집 반려견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그다음에는 그 집 앞을 약간 뛰듯이 경쾌하게 걸어가면서 한번 짖거나 으스대며 걸어간다. 

    

복이네 집 앞을 지나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복이네 집은 도로 바로 옆에 붙어서 조용히 걸어가면 복이가 태리가 가는 것을 쉽게 눈치채지 못할 텐데 꼭 소리 내며 뛰어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야 만다. 이 같은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도 겸손하기 힘든데 너까지야. 귀여우면 괜찮아. 겸손하긴 힘들어~~~^^


그렇게 티가 나게 걸어가면 그 집에 살고 있는 복이도 태리를 보고 꼭 한 번씩은 짖고야 만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를 해도 태리의 이 같은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태리의 이 같은 행동은 정말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일까? 정말 반려견들도 과시욕이 있는 것일까?       

        

“태리야 너 왜 그렇게 으스대기를 좋아하니?”

“조금만 겸손하면 안 되겠니?”     


멀뚱멀뚱 쳐다보는 태리. 이럴 땐 꼭 모르는 척하더라? 다른데 바라보며 딴청까지 피우는 태리.   

   

“그래 귀여우면 괜찮아.”

“겸손하기는 힘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