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와 함께라면 Feb 14. 2024

밸런타인데이의 초코유령을 찾아라!

밸런타인데이 아침의 흔한(?) 풍경


그날은 바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밸런타인데이 2월하고도 14일이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화이트데이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라면 밸런타인데이는 보통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그런 구분없이 좋아하는 연인이나 친구사이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선물하며 기념하는 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출처 : 페레로 로쉐)


혹자는 2월 14일이 우리의 대표적인 독립투사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니 경건하게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초콜릿 회사의 상술에는 결코 당해내기 힘든 노릇이기도 하다.     


그날 아침 제일 먼저 회사 사무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실한 김 대리는 잠시 후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김 대리의 책상 위에 고급 초콜릿 한 상자와 장미 한 송이가 곱게 놓여있었던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나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하는 사우가 있다니 썩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일은 더 있었다. 사무실 책상 곳곳마다 초콜릿 한 상자와 장미 한 송이씩이 놓여 있었고 그 자리는 역시나 여사원들의 책상임이 분명했다.      


“밸런타인데이에 누가 이렇게 선물을 많이 했을까? 특정 사원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닐 테니 특별히 연모하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출근시간이 다 되어 출근을 마친 여사원들은 모두가 흥분하여 한 마디씩 입을 보탰다.      


“웬일이니? 나한테도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선물을 하는 분이 다 있네?”     

나이가 좀 있는 한 사원은 “내 나이 환갑이 다 되어가는데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사원들의 궁금증은 이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도대체 누가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선물을 했을까?”     

재무팀 김 대리는 “그거 어렵지 않아요. 내가 청소하는 이모님께 물어보면 누가 갖다 놓았는지 금방 알 수 있어요.”라며 청소이모님들의 휴게소로 달려갔다.     


“이모님 이모님”

“왜 그렇게 숨이 가빠?”     


“혹시 오늘 아침에 우리 사무실에 초콜릿 두고 간 사람 보셨어요?”

“아 그거 내가 새벽에 청소할 때부터 이미 책상 곳곳에 놓여 있던 걸?”     


“아 그래요? 그렇다면 어제저녁에 초콜릿을 가져다 놓은 모양이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김 대리 초콜릿은 도대체 누가 가져다 놓은 거야?”

초콜릿을 달게 먹으며 홍보팀의 박대리가 물었다.     


“청소 이모님이 말씀하시기를 오늘 새벽에 이미 책상 위에는 초콜릿이 놓여 있다고 하네요.”

“에이 그러면 어제 마지막 퇴실자가 사다 놓은 거였네. 관리팀 정 과장님한테 출퇴근 기록카드를 보여달라고 하면 바로 알겠네.”
 “그렇네요.”     

초콜릿을 받은 여사원들은 기분이 흡족해져서 이제 꼭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의 범인 아니 주인공을 꼭 찾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정 과장님 혹시 어제 출퇴근 기록부 좀 볼 수 있어요?”

“출퇴근 기록부? 초콜릿 갖다 놓은 사람 찾으려고?”     


“네 그렇죠. 누가 갖다 놓은 지 확인해서 꼭 원수를 갚아야죠ㅎㅎ”

“그거 내가 벌써 확인했어. 어제 최종퇴실자는 우리 관리팀의 최대리야.”     


“네? 최대리요? 그럼 최대리가 30명 가까운 여사원들에게 초콜릿 선물을요?”

“그럴 리가 있겠어? 최 대리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는 저녁 9시쯤에 야근을 마치고 소등한 후에 바로 퇴근했다는 거야.”     


“그래요?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언제 그 많은 초콜릿을 사무실에 그것도 정확하게 여사원 책상 위에 올려놓은 걸까요?”

“그러게 말이야 안 그래도 나도 계속 추리를 하고는 있는데. 아마도 사원들이 모두 퇴근한 다음에 놀래줄 요령으로 밤에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서 초콜릿을 두고 간 게 아닌가 싶어.”     


“우리 사원 중에 한 명이 그랬다면 분명히 출퇴근 기록카드에 기록이 남았을 텐데요?”

“그러게 말이야. 어제저녁 9시 최종퇴실자 최 대리하고 오늘 아침 최초입실자 김대리 사이에는 사무실 입퇴실 기록이 없는 거야.”     


“아 참. 임원들은 출근기록부가 기록되지 않아. 그러니까 사장님하고 이사님 두 분은 입퇴실 기록이 찍히지가 않아. 아 그렇구나 임원들분이 가져다 놓으셨나 보네”

“그럼 홍비서한테 한번 물어보라고 할게요ㅋㅋ”     


“홍비서...”

“네 김 대리님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초콜릿 받았어?”

“네네 제 자리에도 초콜릿이 있던걸요?”


“그거 혹시 사장님이나 이사님들이 사다 놓은 거 아냐?”

“아아 안 그래도 제가 아침에 사장님하고 이사님들한테 여쭤봤거든요.”

“그래? 그래서?”


“전부다 정색을 하시면서 아니라고 하시던데요?”

“그래? 그렇구나.”     


결국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산타의 주인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사원들은 정말 정말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단톡방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회사 단톡방>

김대리 : 누굴까여?

정과장 : 그러게 도대체 누가 30여 명분의 초콜릿과 장미를 사다가 책상 위에 놓은 걸까?

박대리 : 너무 멋있지 않아요? 밸런타인데이의 초코 산타라니

김사원 : 초코 산타요? 초코유령인데요?

최대리 : 아무렴 누가 갖다놧으면 어때요? 우리는 그냥 맛있게 냠냠

김대리 : 나는 너무너무 궁금 초코 유령의 정체를 꼭 알고 싶어요 ㅎㅎ

최대리 : 참 어제 제가 퇴근할 때 보니까 사장님이 일식당에서 손님하고 한잔 하고 계시는 것 같던데 사장님이 가져다 놓으신 거 아닐까요?

김대리 : 아니야. 그건 벌써 내가 홍비서한테 물어봤어

최대리 : 그래 뭐라던가요?

김대리 : 아니래 ㅋ     

최대리 : 그럼 이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네요.

정과장 :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김대리 : 뭔데요 뭔데요?

정 과장 : 흠...

김대리 : 어서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ㅋㅋ

정과장 : cctv

김대리 : cctv요?

정과장 : 그래 cctv. 경비실에 가면 건물 출입구하고 주차장 입구 그리고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영상이 있을거야. 최대리가 최종퇴실한 어제 저녁 9시부터 김대리가 처음 출근한 오늘 아침 8시 10분까지 cctv를 돌려보면 누가 초코유령인지 알 수 있지.

김대리 : 그 많은 cctv를요? 경비실에서 cctv를 보여주기나 할까요?     


김대리는 아니 사원들은 결국 밸런타인데이의 초코산타 아니 초코유령의 정체를 찾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초콜릿은 입에 들어가서 다 녹아 사라지고 없었으며 장미꽃 한 송이가 남아 책상 한켠에서 은은하게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을 뿐 그렇게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누구였을까? 누구일까?”


김 대리는 아직도 밸런타인데이의 초코 유령이 누구인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초콜릿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명품계곡길을 명품친구들과 거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