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

'빈 속으로 보지 말라'고? '빈 속으로 보면 더 좋다!'

by 강치우
셰프1.jpg 원제는 심플한 '셰프'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고서 어떤 영화로 첫 글을 시작해야 할지 정말이지 고민이었다. 다양한 후보 군이 있었다. 나름의 인생 영화도, 새로 개봉한 영화도 될 수 있었지만, 좋아서 쓰는 글이니만큼, 내가 좋아하는 걸 주제로 써야겠다 생각했다.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음식을 보고 맡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매 끼니에 최선을 다하고(?) 저녁 메뉴를 고를 때면 입맛을 다시며 지금 내가 제일 먹고 싶은 걸 떠올리곤 한다. 그런 ‘음식’을 ‘영화’로 녹인다면? 나에게 있어 그만한 지상 낙원은 없을 것이다.


‘셰프’는 사실 기본적인 미국식 가족 영화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일에 심취해 아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하는 일마저 위기를 맞고 결국 마음을 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짜잔!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주로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가 갈등의 중심이다. 일에 치이는 아버지와 아빠와 더 시간을 보내고픈 아들, 돈을 벌어야 하는 레스토랑 사장과 원하는 메뉴를 내고 싶은 셰프. 자칫 아버지가 ‘못난 아빠’ 혹은 레스토랑 오너는 ‘악역’이 될 수 있으나, 이것은 그저 현실이다.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을 어떻게 타협해 가느냐가 이 영화의 주요한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감독인 존 파브로의 연출가로서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자칫 흔한 가족 영화에 로드 무비를 곁들인 평범한 작품이 될 수 있었으나, 트위터를 이용한 연출과 적절한 선곡을 통해, 가족영화라는 든든한 국밥에 부추와 들깨 가루로 커스터마이징한 ‘맛있는 국밥’을 만들어 버렸다.


셰프2.jpeg 트위터를 활용한 연출, 파랑새를 날리기도 한다.

그중 단연 빛난 시퀀스는 비평가 미첼의 레스토랑 재방문과 주인공 칼이 집에서 요리로 폭주해버리는 씬을 교차 편집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같은 요리를 받아 드는 미첼과 이를 부정하는 듯한 칼의 손놀림에 재즈 풍의 밴드 사운드를 입혀 보는 맛도 듣는 맛도 극대화한 씬은 가히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다양한 분야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어떤 주제에 대해 오랜 연구 끝에 나온 대본을 감독이 또 다른 오랜 연구를 거쳐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다. ‘셰프’ 역시 시종일관 귀를 두들기는 음악을 찾아보게 되고, 음식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상술한 연출의 장점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마틴’ 역의 존 레귀자모의 연기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환기를 시켜주는 유쾌한 연기를 선보인다. 마틴은 이 작품의 별미 즈음이라고 해두자.


셰프는 주인공 ‘칼’을 기준으로 사장, 이혼한 아내, 비평가 등 다양한 갈등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이러한 갈등구조를 현실적으로, 그러나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때로 너무 좋은 영화는 큰마음을 먹고 봐야 한다. 그러나 ‘셰프’의 경우는 그저 맥주를 한잔하면서도 대화를 하면서도 틀어 놓기 좋은 영화다. 거창한 파인 다이닝이 아닌 빵이 바삭하게 익고 치즈가 적절히 흐르는 쿠바 샌드위치와 같은 영화다.


‘빈 속으로 절대 보지 말라’고? ‘빈 속으로 보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