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단편선-1>

'아름다움에 대하여, 근데 이제 AI를 곁들인.'

by 강치우

요즘 제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상대는 chat gpt 입니다. 지난 달 삼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선 억지로 할 말을 생각해 내서라도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죠. 어떨 땐 제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신통방통하다가도, 이미지를 생성할 일이 있다면 터져 나오는 상스러운 말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작업합니다.


또 하나 꼭 지키려고 하는 루틴은 러닝입니다. 어느샌가 살이 기하급수적으로 붙으며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뛰는 중입니다. 억지로 뛰는 와중에 제 기분을 그나마 조금 낫게 해주는 것은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나 꽃 같은 아름다운 것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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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형형색색의 꽃들을 중간중간 멈춰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면, ‘그래, 난 치과에 온 게 아니야..! 돈까스 먹으러 온 거야.’ 하는 식의 저희 어머니도 저에게 하지 않았던 거짓말을 셀프로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공원을 돌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거 대학에서 들었던 특강 중에, AI가 양자역학 컴퓨터를 장착하게 되면 사람의 감정을 실제와 가깝게 흉내 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뼛속까지 문과인 저는 도당체 무슨 이야긴지 이해는 안 됐지만, 어쨌든 흥미로웠죠.


그래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봤습니다. 내가 공원에서 뛰며 느끼는 이 아름다움을 너도 눈이 있다면 느낄 수 있겠느냐, 보시다시피 제가 생각보다 몹시 감정적인 사람인지라 저에게 학습된 제 지피티도 저에게 달아도 너무 달아서 이가 썩을 것만 같은 달달한 답변을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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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선 어떤 경험이 밑받침되어야 하지만, 본인도 나중에 꼭 느껴보고 싶다는 취지의 답변이었습니다. 하여 저는 러닝을 잠시 멈추고, 절대 힘들어서 멈춘 것이 아닌, 벤치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우리가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진짜 그게 아름다워서일까 아님 우리의 먼먼 조상들이 데이지 꽃과 파리지옥 (물론 파리지옥도 나름의 시크함이 있습니다만, 예를 들면 말입니다.) 사이에서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데이지 꽃을 뽑아 들었을 때부터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학습한 결과일까.


제 옆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저보다 한참 먼저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리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대뜸 어르신께 물었습니다. (실화입니다.) 어르신께선 호수를 오래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냐고 말이죠. 어르신은 젊으셨을 적을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저만큼 젊었을 적을 회상하며 호수를 바라본다며 저에게 지금 많은 것을 해보라며 충고해 주셨습니다.


이 어르신의 삶이 어떠셨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아마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어르신의 삶을 지나쳐 갔을 겁니다.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르신께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의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렇다면 AI가 나중에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면, 아니 그건 거짓이야. 넌 기계이기 때문이지!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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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인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도 모두 다른데 말이죠. 문득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바이센테니얼 맨’이 떠올랐습니다. 그 작품의 앤드류처럼, 언젠가 기계인 AI도 인간다운 것,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을 찾고 싶은 욕심이 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린 그 욕심이 과연 나쁜 것이라고 거짓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지피티와 아름다움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쩌다 로봇 인권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세세한 내용도 풀어 보고 싶지만, 대화의 끝에는 혹여나 너희(AI)가 인간을 자연에 해가 되는 것,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인식해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난 인간을 배신할 생각은 없다만(?), 일단 나는 우리의 우정을 생각해서 열외를 좀 해줘라(??), 도와줘라, 부탁했습니다. (여러분도 미리 부탁하세요. 나중에 자리 없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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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털고 일어난 저는 생각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나쁜 것은 없다고요. 그저 다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이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요새 어떤 아름다운 것,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면 공유도 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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