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 뼈의 사원>

‘권선징악을 이렇게 세련되고 폭력적으로 표현하다니.’

by 강치우
뼈의 사원.png


통칭 28시리즈를 전부 재밌게 봤습니다. 혹자는 28일 후는 좀비 영화 같지 않다고 비판하고, 혹자는 28주 후가 전작과 결이 너무 다르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어릴 적 귀신보다 좀비를 더 무서워했던 저에게 (좀비가 실존할 거라 굳게 믿었기에) 뭐가 더 무섭냐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둘 다 움찔움찔하며 봐야 했기 때문이죠. 때문에 나름의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28년 후를 극장에서 보았고, 역시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알파 좀비가 스파이크 부자를 쫓아 섬으로 뛰어갈 때, 바이킹이 하강할 때의 기분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며 스릴을 맛봤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좀비에 온전히 포커싱 하기보다는 무너진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다루는 이 영화의 작문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하는 설렘을 느꼈습니다.


권선징악. 정말 케케묵은 클리셰이지요. 그렇기에 때로 우리는 악이 승리하는 결말을 두고 오히려 현실적이라며 극찬하기도 합니다. 허나 나쁜 뉴스와 소식에 자주 노출되는 우리에게 작품이 주는 권선징악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지요.


켈슨과 지미.jpeg


‘뼈의 사원’은 ‘무신론자 의사’ vs ‘사탄숭배 살인마’ 라는 그야말로 도당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를 두 인물의 대결을 성사시킵니다. 물론 타이틀을 보면 어디가 선과 악에 가까운지 예측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품은 악이 끝내 이길 거 같다가도 결국 선이 공포를 넘어서 판을 뒤집으며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의 두 인물은 마치 히어로 영화처럼 각자가 선과 악의 대표인 양 행동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서와 혼돈, 포용과 배척 등 대비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것이 쌔고 쌘 권선징악 결말을 세련되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특히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이 차이가 좀 더 두드러집니다. 전편에서 그러했듯 의사 켈슨은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 혹은 기억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을씨년스러운 뼈의 사원을 세워 살았죠. 누가 봐도 오해하게끔 말입니다. 반면 지미는 죽음을 장난 즈음으로 생각합니다.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것,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죠.


단지 나는 사람을 살리니 착한 편이야! 넌 사람을 죽이니 나쁜 편이야! 가 아닌, 두 편의 영화로 쌓아놓은 두 인물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결말에 다다를 때 그 감정이 더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듯싶습니다.


켈슨과 삼손.jpeg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비단 극의 흐름뿐 아니라 좀비를 대하는 태도 역시 몹시 세련됐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작품에선 없애야 하는 것, 인간을 해하는 것, 나쁜 놈!으로 묘사되었던 좀비를 이방인 정도로 여깁니다. 물론 이는 켈슨의 시각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 때문이지만, 인류의 적이 아닌 ‘좀 모자르지만 폭력적인 친구’로 그려집니다. 때문에 이를 정신질환으로 이해한 켈슨의 따스한 마음 덕에 관객 역시 잘 볼 수 없었던 좀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흐름상 이는 치료제 개발의 떡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만, 극과 별개로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쉬이 배척하는 오늘날에 던지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단번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없기에 오랜 시간 노력하며 이해의 폭을 줄여왔던 켈슨처럼 말이죠.


‘28년 후 : 뼈의 사원’은 전작을 본 후 했던 기대치 그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기대를 박살 내 버렸습니다. (Positive) 여러모로 폭력적인 영화였습니다. 비단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가 아닌, 말 그대로 폭력적..인 영화요. 심지어 중간에는 마치 코미디 영화인 ‘좀비랜드’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에 전편과 마찬가지로 알파 좀비인 ‘삼손’의 굳이 보고 싶지 않은 폭력적 신체일부까지 목격을 해야 한다니요.


손가락들.jpeg


그러나 상술했듯 이 모든 감정의 파도와 잔인한 연출과 장르의 파괴가 몹시 세련된 형태로 다가옵니다. 심지어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들까지 마지막에 등장하며 영화 자체의 만족도와 트롤로지 마지막 편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까지 성공합니다. 물론 긴박하고 다이내믹한 좀비 영화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겠으나, 장르를 이렇게 신선하게 비트는 시도도 더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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