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Y·QQQ 적립식 27년 백테스트 결과
나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미국 ETF에 적립식으로 넣고 있다. 주변에서 "그거 그냥 넣어두면 부자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데, 정작 숫자로 확인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 유튜브에서는 "무조건 해야된다"고 하고, 비관론자는 "과거가 미래를 어떻게 보장하냐"고 반박한다. 양쪽 다 의견만 있고 숫자는 없다.
그래서 직접 돌려봤다. SPY는 미국 S&P500 지수를, QQQ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1999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매달 5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의 결과다.
총 투자금 1.6억원. SPY에만 넣었으면 6.8억원(+317%), QQQ에만 넣었으면 12.3억원(+648%). 50:50으로 나눠 담았으면 9.6억원(+482%)이 됐다.
그래프를 보면 붉은 음영 구간이 눈에 들어온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폭락, 2022년 긴축 사이클. 지수는 폭락했지만, 적립식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일시 매수자와 다르게 움직인다.
핵심은 하락장에서의 매집 효과다. 가격이 떨어지면 같은 50만원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산다. QQQ는 2000~2002년 사이 지수 기준 -70% 이상 빠졌다. 그런데 이 기간에 적립식 투자자는 역대 최저가에 수량을 쌓고 있었다. 이 물량이 이후 반등기에 수익률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2008년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S&P500이 고점 대비 -56% 빠지는 동안, 적립식 투자자는 SPY를 역사적 저가에 매월 매집했다. 적립식에서 하락장은 손실이 아니라 원가 절감 구간이다.
"1999년에 시작한 건 운이 좋았던 거 아니냐"는 당연한 반론이다. 닷컴 버블 바닥에서 수량을 쌓았으니 결과가 좋은 거라는 지적. 맞는 말이다. 그래서 시작 시점을 바꿔서 비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라는 최악의 타이밍에 시작해도 18년 만에 SPY 3.6억(+231%), QQQ 5.9억(+439%). 2015년에 시작한 11년차 투자자도 SPY 1.4억(+108%), QQQ 1.8억(+164%)이다.
본 시뮬레이션에서 검증한 세 시점 모두, 적립식은 원금 대비 2배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11년은 +108~164%, 18년은 +231~439%, 27년은 +317~648%. 종목 선택보다 시간이 강력한 변수다. 복리는 후반부에 폭발한다.
수익률만 보면 간단해 보인다. 근데 중간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SPY 적립식의 최대 낙폭(MDD)은 -44%, QQQ는 -43%다. 평가금이 5,000만원일 때 -44%면, 2,200만원이 증발하는 걸 몇 달간 지켜봐야 한다. 2022년에도 QQQ는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졌다. 3억이 2억으로 줄어드는 경험. 이걸 실시간으로 겪으면서 매달 50만원을 계속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나도 자신 없다. 차트를 사후적으로 보면 "당연히 버텨야지"라고 생각하지만, 2008년에 매일 -5%, -10%씩 빠지는 걸 보면서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적립식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본인의 심리다. 떨어질 때 멈추거나 팔아버린다.
27년 뒤 +648%의 이면에는 이런 구간을 매도 없이 버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걸까. 숫자로 기준을 세워보자.
한국 가계 순자산 상위 10%의 기준선은 약 10억원이다. 월 50만원씩 QQQ에 27년을 넣으면 12.3억원. 넘긴다. SPY만으로도 6.8억원, 혼합이면 9.6억원이다.
은퇴 후 월 200만원을 쓰려면, 연 4% 인출 규칙 기준으로 자산 6억원이 필요하다. SPY 적립식 27년이면 이 조건을 넘긴다. QQQ라면 월 400만원 이상도 가능한 규모다.
한 가지 더. 월 100만원으로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결과는 단순히 2배다. SPY 13.7억, QQQ 24.5억.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는데, 종목을 SPY에서 QQQ로 바꾸는 것보다 적립 금액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게 최종 자산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결국 수익률보다 저축률이 더 중요한 변수다.
이 분석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단순하다. 적립식은 검증한 세 시점 모두에서 유의미한 자산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44%를 견뎌야 했다. 그리고 최종 결과를 결정하는 건 어떤 종목을 샀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얼마를 넣었느냐였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전제다. 하지만 숫자를 알고 시작하는 것과 감으로 시작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과거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배당 재투자 포함 수익률 기준이고, 환율·세금·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