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10년 넣어도 수익 마이너스일 수 있다

100년치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봤다

by 코젤

"10년 동안 매달 꾸준히 넣었는데 원금도 못 뽑았다." 실제로 S&P500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먼 과거 얘기가 아니라, 가장 최근 사례는 불과 17년 전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미국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전제, 100년치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봤다.


100년 중 26번은 떨어졌다


먼저 단순한 질문부터. 1년 단위로 보면 S&P500은 몇 번이나 플러스였을까.

chart1_holding.png S&P500 연간 수익률 분포

100년 중 74번이 플러스, 26번이 마이너스. 대략 4년에 한 번꼴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자주다. "미국 주식은 항상 오른다"가 아니라 "보통은 오르지만, 꽤 자주 떨어지기도 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수익률 분포를 보면 +10%~+20% 구간에 가장 많이 몰려 있고, -30% 이하 대폭락도 여러 차례 있었다. 반대로 +40%를 넘긴 해도 있다. 1년이라는 단위로 보면 S&P500은 우상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그냥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내년에 내 계좌가 플러스일 확률은 74%. 나쁘지 않지만,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오래 들고 있으면 달라지는가


여기서 진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1년은 변동성이 크다 치자. 그러면 보유 기간을 늘리면 손실 확률이 줄어들까. 100년치 롤링 수익률 데이터를 기간별로 전부 계산해봤다.

chart2_distribution.png 보유 기간별 원금 손실 확률

숫자가 명확하다. 1년 보유 시 마이너스 확률 26%. 5년으로 늘리면 약 12%로 반 이하로 줄어든다. 10년이면 약 6%. 여기까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확률이 줄어드는 패턴이 뚜렷하다.

그리고 15년 이상 보유하면 역사적으로 마이너스가 단 한 번도 없었다. 0%다. 20년도 마찬가지. 100년 동안 어떤 최악의 고점에 들어갔더라도 15년을 버텼으면 반드시 플러스였다.

"미국 주식은 항상 올랐다"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15년 이상 들고 있으면, 100년간 한 번도 손해 본 적이 없었다"가 맞다. 우상향에는 조건이 붙는다. 그 조건이 시간이다.


10년을 버텨도 마이너스였던 사람들


10년 보유에도 원금을 못 뽑은 구간이 실제로 있다. 약 6%의 확률이니까 드물긴 하지만, 0%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두 구간이 있었다.

1929년 대공황. 최고점에 진입한 사람은 시장이 바닥을 찍고 원금을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역사책에서나 보는 이야기 같지만 데이터에는 냉정하게 기록돼 있다.

더 소름 돋는 건 최근 사례다. 1999년~2008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닷컴 버블 최고점에 진입해서 정확히 10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 최저점을 맞은 구간이다. 이 타이밍에 들어간 사람은 S&P500을 10년이나 들고 있었는데도 마이너스였다. 대공황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솔직히 이건 좀 무섭다. 10년이면 20대에 시작해서 30대가 될 때까지다. 그 긴 시간을 버텨도 원금을 못 뽑을 수 있다는 건 적립식 투자자라면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다.

두 구간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역대급 버블의 꼭대기에서 시작했다는 것. 평범한 시점에 진입한 사람이 10년 마이너스를 맞은 적은 없었다. 최악의 타이밍이 겹쳐야 생기는 일이지만, 그 최악의 타이밍을 사전에 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적립식이면 달라지나


그러면 적립식은 어떨까. 같은 구간이라도 한 번에 몰빵(거치식)과 적립식의 결과는 다르다. 거치식으로 1999년 고점에 진입했으면 10년 마이너스를 온전히 맞지만, 적립식으로 매월 넣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락장에서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사게 되니까 평균 매입단가가 내려간다. 2001년, 2002년의 바닥 구간에서 싸게 매집한 물량이 이후 회복기에 수익을 끌어올린다.

1999~2008년 구간도 적립식으로 접근했다면 거치식 대비 회복 시점이 수년 앞당겨졌다는 분석이 있다. 거치식이 10년 마이너스였던 구간에서 적립식은 이미 플러스로 돌아서 있었다는 뜻이다. "언제 시작하느냐"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한 번에 넣지 않고 나눠서 넣는 것이다.


우상향에는 조건이 붙는다


미국 주식이 올랐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은 아니었다. 1년 단위로는 4번 중 1번 떨어졌고, 10년을 버텨도 마이너스인 구간이 실제로 존재했다. 손실 확률이 역사적으로 0%가 되려면 최소 15년이 필요했다. 그리고 적립식은 그 필요 시간을 줄여줬다.

우상향은 사실이되,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그 조건을 숫자로 알고 시작하면, 중간에 흔들릴 확률이 줄어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러면 지금 시장은 역사적으로 비싼 건지, S&P500 PER 데이터를 뜯어보려 한다.



이 글은 S&P500 배당 재투자 포함 총수익률(Total Return) 기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환율·세금·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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