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불 덮고 새벽에게 기대어 살지 않거든요..

by 시록

이제 악몽은 꾸지 않아서

이제 더 이상 나를 내치려 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아서

너무도 많은 알파벳 중 R에게

방황하는 3년을 날려 보내 주어 고맙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엔 인조잔디를 걸었다

기분이 좋은 날엔 그 위를 끊임없이 뛰었다

내가 걷는 와중에도, 뛰는 그 순간에도

내 곁엔 누군가 꼭 있었으니까


애석하게도 나는 그렇게 많은 수모를 견뎌내고

그 어떠한 사람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내가 사람을 믿었기에 다행히도

그 새로운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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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에게,

편지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낯선 언어에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하루빨리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세상은 오래전부터 두려웠거든


그때 말을 걸어줘서 고마워

그때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요즘은 그냥저냥 지내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