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지진해일 (2024.1.1.) (2)
노토반도 지진 이후 KBS 재난방송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비공식적으로 일러 준 충고가 있다. “우리 재난방송은 상황 전달 위주로 돼 있고, 현장의 행동요령 전달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NHK의 재난방송을 보면 시사하는 점이 많다.
<1> 가령,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규모’와 흔들림의 정도인 ‘진도’를 놓고 보자. 이날 노토반도 지진의 규모는 7.6이었는데, 일본 재난방송을 보면, 이 규모가 얼마인지는 즉시 발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시 규모부터 발표하는 데, 일본은 규모 대신 지역별 진도부터 발표한다. 규모는 하나의 값이지만, 진도는 지역별로 다 다른 값이 나온다. 그래서 지역별로 각기 다른 진도를 지도에 일일이 숫자로 표시하여 발표한다. 재난지역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흔들림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진도’가 ‘규모’보다 더 값어치 있는 정보로 보는 셈이다.
우리 기상청이 지진 시 발표하는 ‘규모’는 그 지진의 강도가 얼마나 센 것인지는 알 수가 있겠으나, 그 지진에 따른 우리 동네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지역별 진도는 상대적으로 별로 얘기해주지 않는다. ‘규모’만 반복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각각의 지역 주민들은 결과적으로 우리 동네 상황과 그 위험의 정도를 잘 알기 어렵다.
<2> 노토반도 지진은 사망자만 318명으로 집계된, 역대급 강진이었고 피해가 컸던 만큼 NHK는 지진 이후 한동안 거의 매일 톱뉴스를 노토반도 지진 관련 소식으로 다뤘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만약 우리가 똑같은 규모의 지진을 겪는다 해도 과연 이런 보도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많다.
아래 그림은 노토반도 지진 이후 NHK 메인뉴스인 <뉴스 7>에서 다루었던 보도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장면들이다.
그림 왼쪽은 '정전'과 '단수'를 겪고 있는 가구 수를 집계한 현황이고, 오른쪽은 지진 발생 후 보름이 지난 시점에 각 시군구별 대피 인원 집계 현황이다.
이외에도 지진 발생 한 달이 가까운 시점까지도 남아 있는 단수 가구 수를 집계한 현황을 다루거나, 지진 발생 지역인 노토반도와 부근 이시카와 현을 벗어나 다른 시군구 등으로 피난을 간 사람의 수 집계 현황을 보도한다.
우리는 왜 이런 보도를 안 할까?
현재 우리의 재난 보도는 아직 기존의 뉴스제작 방식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반 사건사고 취재 및 보도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령 위의 사안을 보도할 땐 주로 정전이나 단수 피해를 겪고 있는 피해자를 찾아가 그 집의 ‘처참한’ 모습을 촬영하고, ‘생생한’ 녹취를 따낸 뒤, 고통을 겪는 그 피해 주민의 이야기를 최대한 극적으로 구성해 보여준 뒤 통계는 ‘정전 00만 가구, 단수 00천 가구’라고 한 줄짜리로 짧게 적는 식이다.
우리는 정보를 자꾸 뭉뚱그린다. 시군구 단위로, 세부 가구 수로 집계해 보도하려 하지 않는다. 몇 시를 기준으로 한다는 시점까지 명시해서 정전이나 단수 가구 현황을 일일이 집계해 보도하는 걸 우리 TV 뉴스에선 거의 본 적이 없다.
NHK의 위와 같은 정전이나 단수 가구 세부 현황 보도는 비록 극적인 장면도 없고, 생생한 녹취도 없이 수치만 나열하고 있지만, 그 수치가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겪는 피해를 대신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그 수치가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 조속한 복구를 촉구하는 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닌가. 그게 재난방송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