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반도 지진이 난 날

동해안 지진해일 (2024.1.1.) (1)

by 가을하늘

2024년 1월 1일 오후 4시 6분. 쉬는 날 소파에 놓여 있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NHK 앱에서 뜬 <긴급지진속보> 메시지였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부근이라는데, 지도를 보니, 우리 동해 쪽으로 튀어나온 반도였다. 일본에서는 예상 최대 진도가 ‘5 약’ 이상의 상당히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긴급지진속보>를 발표한다. 2분 뒤 NHK TV에 나온 노토반도의 지도에는 진도가 ‘5강’으로 표시됐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수준으로 보였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지진해일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적은 없지만, 일단 발생하면 한두 시간 내에 도달하기 때문에는 미리 잘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4시 10분이 되자, 새로운 <긴급지진속보> 메시지가 떴다. 더 강한 본진이다. 진도가 노토반도와 니가타현에 ‘6 약’으로 표시됐다. 일본은 독특하게 ‘진도’를 0부터 7까지, 또 그 중간에 ‘5 약’, ‘5강’, ‘6 약’, ‘6강’으로 나눠 모두 10단계가 있다. ‘5강’이나 ‘6 약’은 최고 단계는 아니지만 거의 최고 단계에 가까운 아주 강력한 흔들림이라 할 수 있다.

또 3분 뒤인 오후 4시 13분에 지진해일, 즉 쓰나미 경보도 울렸다. 이어 9분쯤 더 지나 오후 4시 22분이 되자, 쓰나미 대경보가 발령됐다. NHK 야마우치 이즈미 아나운서는 방송 중에 거의 고함을 질렀다. “지금 당장 대피하세요!”

쓰나미, 즉 지진해일은 노토반도 앞 지진이 난 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우리나라 동해안 곳곳으로 접근해 왔다. 기상청 관측상 첫 해일 관측 시점은 오후 5시 30분에 울릉도, 6시 3분에 묵호, 5시 59분에 속초, 6시 16분 후포 등이었다.

일본의 강진 소식을 들은 KBS 재난센터의 몇몇 기자들은 신속히 회사로 자진 출근해 특보를 준비했다. 쉬는 날 자진해서 비상근무를 하러 출근을 한 이들의 묵묵한 수고가 그동안 재난방송주관사의 공신력을 지탱해 왔지만, 비상근무를 시스템적으로 만들어 놓지 못하고 언제까지 ‘개인기’와 ‘특정 인원의 헌신’에 의존하는 관행을 되풀이해야 할까...

아무튼 급거 회사로 들어온 기자들과 휴일 근무를 서던 몇몇 인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여 오후 5시와 6시에 <뉴스특보>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발생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특보를 시작한 셈이다. 적어도 타사에 비해 압도적인 기동성과 신속성이었다.

이날 관측된 최대 수위는 울릉도 11cm(22시 23분경), 속초항 41cm(21시 37분경), 후포 54cm(20시 36분경), 그리고 묵호항이 가장 높은 82cm(20시 35분경)였다.

원래 기상청이 지진해일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는 기준은, '주의보'의 경우 수위가 50cm 이상 1m 미만으로 예상될 때, '경보'는 1m 이상으로 예상될 때다. 당시 묵호항과 후포항은 수위가 50cm를 넘었으니, 예측이 제대로 됐다면 지진해일주의보를 발표해야 했다. 게다가 기상청과 달리, 국립해양조사원이 관측한 최대 해수면 수위는 묵호 101cm, 속초 54cm, 강릉 남항진 52cm 등으로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이런 차이는 기상청이 실측된 해수면 수위에서 밀물과 썰물로 인한 수위 상승을 빼는 방식으로 해수면 수위를 보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진해일주의보 발령 기준이니, 50cm 이상이니, 보정이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빨리 알리고, 대피를 해야 하는 건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이렇게 당국이 재난의 위험을 알리는 방식과 특보 발령의 수준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재난방송은 선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당국의 정보에 의존하는 재난방송에 머물러선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방통위 표준매뉴얼에 KBS는 기상청이 지진해일주의보를 발령하면 30분 이내, 지진해일경보를 발령하면 10분 이내 뉴스특보를 방송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이날 기상청은 지진해일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았기에 매뉴얼상 KBS는 특보를 하지 않아도 무방했지만, 그럼에도 선제적으로 연 뉴스특보는 결과적으로 적중한 일이었고,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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