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들에게 고함(2)
데스크들에게 묻는다. 재난보도와 재난방송을 왜 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다. 불구경, 물구경, 고통구경 시키려는 방송과 보도가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알고도 왜 이게 잘 안되는가. 미디어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고, 방송 시스템은 고도로 분업화되어 수많은 단계가 있고, 이걸 모두 바꾸자니 사람의 관행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재난은 매일 매일 발생하는 것도 아니어서 애써 무얼 개선했다 해도, 쉽사리 잊어버리고 인수인계가 잘 안되어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한국의 저널리즘 역사에서, ‘재난방송’과 ‘재난보도’에 관한 철학이 빈곤한 상태로 오랫동안 지내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평소엔 나와 내 가족에게 재난이 닥치는 것을 당연히 싫어한다. 피하고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그 재난이 나와 내 가족의 일로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걸 감지하는 순간, 즉,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는 정보의 불충분성과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추구하는 ‘정보 추구 행위’가 나타난다.*
*서미혜 (2016), “메르스 관련 위험정보 탐색과 처리가 메르스 예방행동에 미치는 영향”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78호, pp. 116-140.
이럴 때 빛을 발하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려면 방송사는 평소에 재난별로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 정보를 심층적으로 축적하고 있어야 하고,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 그 지향점은 ‘인간의 안전’과 ‘보다 안전한 세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때때로 ‘사사종’처럼 좀비 같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그럭저럭 지내왔고, 어쩌다 큰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면 그때만 ‘허겁지겁’ 방송을 해왔다. ‘그림 좋은’ 걸 따지고, 불구경, 물구경, 고통구경 시키고, 기자가 현장에서 ‘쇼’를 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재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정보의 의미를 틀 짓는 ‘프레임 설정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근거로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행동을 결정한다.*
*김동규(2002), “한국 언론의 위기보도, 그 실상과 과제,” <사회과학연구>, 15권 1호, pp.139-156.; 송해룡·조항민(2015), “국내언론의 질병관련 위험보도에 관한 특성연구,” <한국위기관리논집>, 11호, pp. 45-68.
방송사가 전하는 재난 정보 콘텐츠는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재난관리를 주관하는 국가와 정부, 기관은 자주 말한다. “재난은 대응보다 예방과 대비, 복구가 더 중요하다.” 재난 보도와 재난방송 종사자들은 그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미리 예방과 대비를 위한 정보를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을 과연 얼마나 중시해 왔는가.
재난 보도 문장 하나하나에 이러한 분명한 지향점과 철학을 담고, 이를 체계화하는 일에 데스크가 관심을 가져야 현장의 기자들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