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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케이 Mar 05. 2024

해외영업이란?

前 CJ제일제당 식품부문 해외영업 담당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직무소개

오늘은 처음으로 독자들 앞에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가끔 한국말, 특히 맞춤법이 서툴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한평생 저의 글을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글을 쓰고 기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매력적인지 비로소 깨달았네요. 그래서 앞으로 글쓰기 여정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중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하였고, Peking Univesity 역사학과 졸업 후 CJ제일제당에서 약 6년간 근무하였습니다. 현재는 퇴사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고요. 회사에서는 몽골, 중동/아프리카 해외영업 직무와 핵심 카테고리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기획/실행을 담당을 했습니다. 출장도 많이 다닌 저는 역마살이 낀 글로벌쟁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저의 첫 직무였던 해외영업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요. 입사 면접 시 받은 질문 중 "영업 담당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영업은 '스피드'라고 답했습니다. 5년 동안 업무를 해보니 제가 그때 잘 대답한듯하여 새삼 뿌듯하네요. 이유는 제가 마지막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외영업은 크게 직접영업과 법인영업으로 나뉩니다. 1. 직접영업은 법인이 없는 지역에 업체를 컨택하여 제품을 소개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맨땅에 헤딩하는 걸 수 도 있겠네요. 고객사관심을 끌 수 있는 정보와 자사 아이덴티티와 제품 차별성을 잘 융합하여 매력 있는 ppt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100곳에 Bussinesee Proposal을 해서 2~3군데 계약만 해도 그 해 농사는 풍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시장 개척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저는 몽골, 중동/아프리카 영업을 담당했는데 출장만 스무 번 이상 다녀왔고, 나름 여러 신규업체를 발굴하여 추가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 법인영업은 현지 법인과 물량 계획을 짜고, 생산/SCM과 협업하여 오더 납기일을 매니징 해야 하고, 신제품 출시 시 법인과 기민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추가 매출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지에서 이미 Company Identity와 Brand Identity가 이미 갖춰진 상황으로, 결품은 매우 크리티컬 한 이슈입니다. 특히 서양권 리테일 구매 담당자들은 shortage에 매우 민감하여, 때로는 업체를 갑자기 바꾸기도 합니다. 즉, 법인영업 담당자는 물동량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한된 생산 Capacity에서 내 몫을 챙기는 것도 담당자 역량이니까요.      


공통적인 업무로는 수출 오퍼레이션을 위한 무역지식이 필요합니다. 결제조건(인코텀즈)에 따른 판가세팅/손익관리/선적부킹/통관서류작성 등 업무를 진행합니다. 한 담당자가 몇십 개 거래처를 상대하는 경우가 태반인 만큼 잦은 외근/출장도 소화해야 합니다.
*수출 오퍼레이션 플로우

거래처 발주 → 제품 재고 확인/선사 부킹 → 물량 협의(w.SCM/생산) → 라벨링 작업/상하차 → 통관서류 준비(Packing List, Commercial Invoice, 원산지증명서, 제품스펙, B/L 등) → 외화수금(조건에 따라 상이) → 회전율 Tracking


해외영업 어떤 VC(Value Chain)들과 협업할까? 내부적으로는 생산, SCM팀과 물동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마케팅/R&D와 제품 상품화와 판촉 프로모션 및 소비자 조사 논의를 주로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거래처와 상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경영계획 세팅/트렌드, 실적 공유/신제품정보 및 현지 프로모션 행사 기획을 합니다. 영업은 정해진 한 해 목표를 필달해야 하는 숙명이 있습니다. 전년도 트렌드와 실적을 분석하고, 거래처를 잘 설득해서 공통 협의된 경영계획을 세팅하고, 그 해 사업 방향성을 얼라인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해외영업 직무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언어나 무역 지식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매우 기본적인 자질로 제외했습니다. 앞전에 말한 것처럼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구매 담당 혹은 대표겠죠?)이 원하는 것을 찰나에 캐치하고 판단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합니다. 예민한 아젠다가 던져지면 어떻게 즉각 대처할 것인지, 사내 누구보다 담당 국가를 잘 아는 사람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가 중요하니까요.  


이런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민하게 현지 트렌드를 캐칭 하고, 소비자 구매패턴 및 경쟁사 상황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하죠. 다국가/경로를 관리하는 영업 담당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전부 볼 수 없지만, 일 잘하는 영업 담당자는 필히 챙겨야 합니다. 그래서 늘 영업은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은 타 부서와 다르게 내가 하는 만큼 매출로 직결됩니다. 영업은 꼼꼼하면 늦습니다. 빠르게 결정하되 그 결정이 설령 A보다 못한 B라고 해도 늘 옳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해외출장을 다니면 많은 변수와 에피소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에는 UAE에서 카타르로 떠나기 바로 전날 양국 외교문제로 갑자기 비행 편이 캔슬됐고, 신규업체와 계약 체결 후 물건을 다 준비했는데 갑자기 돼지열병으로 현지 식약처에서 제품 라이센스를 철회했고, 미국 렌터카를 빌리자마자 마약에 취한 현지인이 와서 자동차를 부시거나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변화무쌍한 해외영업이지만 저는 그래서 이 직무가 매력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국가를 돌아보고, 글로벌 소비자 패턴을 분석함으로 늘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거든요. 글을 쓰고 다시 복기해 보니 늘 영업 담당자로 재미와 자부심을 가졌던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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