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커머스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1인 셀러가 되어 구매대행과 사입에 뛰어들었다.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된 2026년 현재, 이제는 정보가 차고 넘쳐 완전 초보자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 역시 퇴사 후 1인 셀러로 전향한 지 어느덧 만 3년이 넘어가는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존을 위한 고민이 깊어진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중국 사입’이 주는 메리트가 남아있을까? 시장의 최전선에서 겪은 중국 사입의 뼈아픈 한계와 부정적인 이면을 몇 가지 적어본다.
1. 환율 리스크와 중국 생산 단가의 상승
중국 올림픽 이후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생산 단가 자체가 높아졌다. 여기에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위안화(RMB) 환율이 계속 고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제조사 견적을 받아보면 과거에 누렸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상실된 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소싱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이 매우 제한되며, 소비자의 자극적인 욕구 포인트를 날카롭게 찔러야만 간신히 판매가를 높여 마진을 남길 수 있다.
2. 진입 장벽이 된 초기 부담금: MOQ와 KC인증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테크 등의 제품군은 대부분 KC인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예전처럼 기존 제품을 들여와 이른바 ‘박스갈이(패키징 변경)’만 해서 판매하는 얄팍한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정식 인증 비용과 제조사가 요구하는 최소 주문 수량(MOQ)을 맞추다 보면 초기 자본금에 대한 압박이 숨통을 조여온다.
3. 셀러 간의 치킨게임과 플랫폼의 광고 유도
1, 2번의 허들을 넘더라도 진짜 지옥은 여기서부터다. 제품을 기획 없이 그대로 들여오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결국 똑같은 소싱처를 발굴한 경쟁사들이 달라붙는다. 이때부터는 철저한 ‘치킨게임’이다.
정식 통관으로 수백만 원의 초기 자금과 사입비를 투자해 물건을 들여와도, 최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너무 짧아져 악성 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경쟁사가 늘어나면 단가를 낮춰야 하고, 구매 전환을 일으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플랫폼 내 CPC 광고를 돌려야 한다. 결국 판매할수록 역마진이 나는 순간이 오고, 눈물을 머금고 해당 제품을 과감히 Drop 해야만 한다.
4. 브랜딩의 덫, 그리고 자금 경색
위의 과정들을 겪으며 지친 셀러들은 끊임없이 붙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결국 ‘브랜딩(Branding)’을 고민하게 된다. OEM/ODM 형태로 기존 제품에 차별점을 두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문제는 이때부터 SKU(품목 수) 별로 MOQ를 맞춰야 하므로 억 단위의 투자금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플랫폼의 긴 대금 정산 주기까지 겹치면 현금 흐름이 꽉 막힌다. ‘밖은 지옥이다’라는 직장인들의 흔한 푸념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결국, 억대 매출도 빚 좋은 개살구일까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월 억 단위 이상의 판매액을 올리는 탑 셀러들도 속사정은 매한가지다. 플랫폼의 밀착 담당자는 끊임없이 광고 구좌를 푸시하고, 장부상의 매출액은 불어나지만 늦은 정산일 탓에 자금을 융통하려 대출의 늪에 빠지기 쉽다. 고금리는 덤이다. 언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 그리고 원활한 배송을 위해 늘 떠안고 가야 하는 과재고의 압박은 셀러의 숙명처럼 굳어졌다.
번외로, 최근에는 글로벌 유통 구조가 고도화되고 테무(Temu) 등 거대 C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비교는 숨 쉬듯 쉬워졌다. 게다가 플랫폼들의 ‘묻지마 환불’ 정책까지 더해져 1인 셀러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 역시 계속해서 새로운 소싱처를 발굴해야 하는 셀러로서, 앞으로 어떤 ‘기준점’을 두고 물건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P.S. 저보다 이 길을 먼저 걸어가신 선배님들, 혹은 같은 고민을 나누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정중하게 커피챗을 요청드립니다.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