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레멘 음악대의 음원을 소개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투고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막상 다시 와서 글을 쓰려니 무얼 써야 할까 막막해서, 최근에 밴드캠프에 업로드한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첫 번째 곡은 나중에 회상하면서 써볼 예정이다.
https://kongremen.bandcamp.com/album/apartment-punch
정말 길고 길었다. 곡 작업은 8월에 시작했던 것인데, 꼬박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3분짜리 곡을 만든다고 반년을 갈아 넣었지만, 그런 열정 넘치는 말로 이 작품을 추켜세울 생각은 딱히 없다. 애초에 갈아넣었다라는 말에 어폐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플러그인과 시퀀서 툴을 다루고 배움에 있어 혼자 고독하게 부딪히면서 미숙한 나 스스로의 고난이 많았다. 곡의 키를 도중에 바꾸기도 했고, 다른 일들과 병행해서 하다 보니 매일같이 일정하게 들리기는커녕 신비롭고 새롭게 들리는 믹싱 사운드가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이런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숙함과 혼란함 속에 이 곡을 여섯 달이나 붙잡았다.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을 갈아넣었다라는 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태어나 준 <아파트펀치>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 곡을 만들 때 즈음에는 Bloodthirsty butchers라는 밴드를 열심히 듣고 있던 시기였다. 스트랫과 재즈 마스터에서 나오는 퍼즈틱하고 감성적인 사운드, 4번 줄보다 1,2,3번 줄에서 열심히 라인과 멜로디를 반복하며 때로는 주인공처럼 리프를 연주하는 베이스. 드럼은 내가 아는 바가 없어 뭐라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라이브에서 그 고요함과 강렬함을 모두 표현할 줄 아는 멋진 연주자가 있는, 그런 이들이 모여 만든 밴드가 Bloodthirsty butchers다. 약 10여 년 전에 보컬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이후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밴드가 내게 가져다준 홋카이도의 Emo는 실로 거룩하고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장르의 쌍두마차로 Eastern youth를 꼽고 싶다.
아무튼, 베이스가 심심하게 4번 줄을 치면서 근음셔틀로 노는 곡은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MT 파워드럼에서 만들어진 비트에(BFD라는 훌륭한 플러그인도 있으나, 현재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스로 인트로 리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트로는 순조롭게 뽑혔고 나는 곡이 잘 만들어질 거라는 환상에 부풀어 기대감이 엄청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복병은 보컬 멜로디에 있었다. 그렇다. 한두 가지 악기만을 다룰 줄 아는 풋내기 작곡가가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 연주에서 쓰이는 스케일과 탑라인은 한참 달라도 다른 존재임을 망각했던 것이다. 나도 부르기 어려워했고, 이 곡을 불러준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기를 몇 개월. 드디어 녹음을 끝낼 수 있었고, 곡을 완성했다는 기쁨보다 끝을 모르는 터널을 나와 비로소 햇빛을 본 기분이었다.
여자친구는 나와 싸우고 나면, 항상 자기 집에 돌아가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곤 한다. 마치 에반게리온의 AT필드 같은 느낌인데, 어떻게든 화해를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아파트 앞에서 용서를 구하거나 대화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내 모자라고 찌질하다면 그런 감정을 겨울감성에 맞추어 곡을 만들고 싶었다. 곡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운드적인 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반전은 내가 부른 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객원보컬을 자처하여 불렀다는 것이다. :)
노래라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이 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빛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루를 살며 느낀 사소한 감정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공감이 되길 바라며 빠르든 느리든 곡은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이 곡을 작업함에 있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하나는 믹싱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
둘째는 마이크의 수음 위치.
셋째는 보컬을 배려한 탑라인 배치.
이다. 하지만 인간은 교훈을 얻어도 바로잡기 쉽지 않은 생물이다. 멍청하게 부딪히며 몸으로 느끼며 성장하는 맛도 있는 법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오늘도 로직을 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