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박노식 시인의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서 “나를 생각해주세요 -제비꽃”를 올립니다.
나를 생각해주세요
-제비꽃 / 박노식
나에게는 가깝고 너에게는 먼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난 앓아누운 채 슬펐으나 너의 걸음은 빨라서 인파 속으로 달아나고 소식이 뜸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꽃들이 스스로 무너져 옛날을 쉬이 잊는다 해도 너는 곧 돌아올 줄 믿었다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별빛만큼 깊은 것도 어둠 속에서 느꼈다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은 시화집이다. 꽃들과 관련된 시인의 시를 김상연 화가가 그림으로 그려 시화전을 열기 위해 기획했다.
서른 일곱 종류, 저마다의 은결든 꽃말들을 시인이 따스한 마음으로 어루만져 태어난 시다. 그 시를 화가의 붓이 터치를 통해 지지 않은 영원불멸의 꽃으로 새롭게 피어나 독자들의 마음으로 들어 앉았다.
봄날의 제비꽃은 봄을 알리고 빠르게 사라지고 지면 그뿐이지만 화자의 마음에는 소식이 뜸해도 잊을 수 없는 대상이다. 기다림에 앓아누울 정도로 슬픔을 주는 대상이지만 다시 올 것을 믿었다고 화자는 말한다.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별빛만큼 깊은 것’을 느꼈다고 노래한다.
‘너는 곧 돌아올 줄 믿었다’라고 하는데 …. 너는 어떤 대상이었을까. 단지 믿음뿐. 봄이 와도 속세에서의 기다림이란 끝이 없으리라는 것을 화자는 미리 알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