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갔을 때 항상 가장 뜨거운 탕은 들어가지 못한다. 물론 아직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내가 뜨거움에 약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정말 흥미로운 것은 가장 뜨거운 탕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나머지 탕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목욕탕 밖 사회와 삶에서 만나고는 한다. 이제부터 그러한 경험들과 이를 이용하는 삶의 교훈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가장 먼저 목욕탕의 비유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서론에서 언급한 부분이 진짜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가장 뜨거운 탕에 들어가지 못한다. 근데 만약 그 가장 뜨거운 탕 보다 더 뜨거운 탕이 바로 옆에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두 개의 탕에 모두 들어가지 못할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가장 뜨거운 탕을 제외하고 나머지 탕은 들어갈 수 있다.'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가장 뜨거운 탕에 들어가 보고 나면 그 뜨거운이 기준이 되어 다른 탕들에는 '상대적 차가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상대적 차가움'은 내가 경험하고 이루어낸 것들이 기준이 되어 그 기준보다 낮은 것들은 쉽게 느껴진다는 의미이며, 위의 비유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상대적 차가움'을 느끼는 다양한 상황을 이야기해보겠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까지 학벌주의가 매우 심하다. 사실 대학이 그 사람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은 상위권 대학 출신 사람들이 큰 일을 해내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대부분은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이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말 핵심적인 부분은 그들이 무언가를 이루어 내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반적으로 똑똑하고 능력 좋은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렇지도 않고 그러한 학생들이 성공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들은 입시라는 알고 보면 그렇게나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시험에서 큰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하나의 성공 경험이 생긴 것이고, 앞으로의 도전에서 그들이 거둔 성공을 기준으로 도전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고 도전하는 많은 것들에서 '상대적 차가움'을 느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의 차이이지만, 자신감의 차이가 노력의 차이를 가져오고, 집중력의 차이를 가져오고, 누적된 시간투자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며, 결국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성과에서도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십만 번의 시험이 있으며 많은 기회들이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이루어 본 경험'은 기준이 되어 그다음 스텝에서 '상대적 차가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 차가움은 모든 것에 적용된다. 운동의 경우에서 생각해 보자. 요즘 트렌드인 자기 계발의 선두에 있는 헬스에서 우리는 특정 무게를 극복하고 나면 그 아래의 무게는 아주 가볍게 느껴진다. 나는 사실 헬스를 많이 해보지도 못했고 특정 무게의 임계점을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런 나조차도 그러한 경험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봉 하나 만으로도 벅찬 기분이었지만, 그 이상의 무게를 성공한 이후에 봉의 무게는 매우 기본이자 최소한의 무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우리는 특정 임계점에 도달하는 경험을 한 후 그 임계점이 나의 기준이 되어 그 이하의 난이도의 시련에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미 내 기본 마인드 자체가 나라는 존재를 특정 임계점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서 이야기하는 마인드셋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상대적 차가움이 어떠한 것인지, 우리의 성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추상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극한의 뜨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뜨거움은 우리가 여러 일을 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과 결과 그 모든 것에서 느낄 수 있다. 과정과 결과는 분명 관련성이 있지만 필연적이지는 않다. 우리는 최선을 다한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예상치 못한 우연에 기뻐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장 쉽게 상대적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과정'에 있다. 과정이 미칠 듯이 뜨겁다면 우리는 그 뜨거움을 통해 '상대적 차가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과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의 노력이 일정 기준 이상을 넘어가게 될 때 우리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최선'이라는 이름을 붙여 '좋은 결과'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정을 통한 뜨거움을 느끼기에 가장 쉬운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꾸준함'이다. 하루 10분 일기를 쓰는 것, 하루 1시간 책을 읽는 것,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매일 저녁 하루의 피드백을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은 어렵지만 사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매우 쉽다. 만약 우리가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면 하루에 일기를 몇 자를 썼는지, 책을 일주일에 몇 권을 읽는지, 점수가 어떠한지, 인바디 점수가 몇 점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지만 결과에 집중하는 것은 매일 조금이라도 몇 주, 몇 달을 꾸준하게 해냄으로써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과정의 뜨거움은 언젠가는 결과의 뜨거움 또한 만들어 내게 된다.
'꾸준함'이은 다음의 핵심 키워드는 '농도'이다. 위에서 알아본 꾸준함은 옅은 농도로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효율적인 방법은 아주 짙은 '농도'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짧고 강렬한 쾌락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처럼 짙은 농도의 과정은 분명 오래도록 '나'를 정의하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 5시간을 공부해 본 학생과 잠도 안 자고 하루에 20시간을 공부해 본 학생은 차원이 다르다.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형성되는 순간 그 기준 아래의 도전은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예시로 책을 일주일에 10권을 읽어본 사람은 나중에 일주일에 7,8권을 읽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 되는 것이다.(일주일에 7,8권을 읽는 것은 매우 어렵고 높은 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 확장해서 직장인의 경우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준비를 하고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연애를 하는 바쁜 경험은 자신의 한계를 새로이 정의하기에 충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상대적 차가움'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우리에게 유용하게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다. '상대적 차가움'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뜨거움을 느끼고 자신을 새롭게, 더 뜨겁게 규정하게 된다면 보다 어렵고 뜨거운 일을 수행할 때에 차가움, 즉 쉬움을 느기에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차가운 우리는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꾸준함을 통해서든 아주 짙은 농도를 통해서든 아니면 결과를 통해서든 자신을 더욱 뜨겁게 규정하고 '상대적 차가움'을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