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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Apr 01. 2021

촐라패스 가는길의 종라

쓰리패스중 하나인 촐라패스 가는 길

오늘은 여유 있는 일정으로 촐라패스를 넘기 전 숨 고르기로 종라롯지 까지만 진행을 한다. 아침 5시 30분이면 주변이 밝아오고 고봉의 산봉우리로는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소는 적응을 한 것 같은데 밥맛이 없는 건지 입맛이 없는 건지 식욕이 없다. 5,000m 고도에 며칠 살다 보니 컨디션이 떨어진 탓인지 다들 음식을 앞에 두고 깨작거린다. 이른 아침에 로부체 롯지 주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고산의 아침은 야크의 방울소리로 시작된다.

 

새벽녁 로부체의 일출은 높은곳부터 시작(좌) 남체로 짐을 싣기 위해 내려가는 야크떼(우)
롯지의 내부 카운터의  간단한 간식거리와  통조림 그리고 난로


야크는 고산의 짐 운반과 농사일은 물론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가죽과 털은 옷과 양발, 장갑의 재료가 되며 배설물은 말려서 고산의 소중한 연료로 사용되니 고산에서는 없어 안 될 소중한 가축이다. 종라는 로부체보다 고도가 약 100m 낮은 지대로 고소에 대한 부담은 없고 걸으며 고산의 고봉과 설경을 즐기는 날이다. 


그제 오른 투클라 가는 갈림길에서 오른편 길을 따라 눈 쌓인 평지를 지나 사면으로 올라 서면 촐라패스를 넘는 길로 이어진다. 내리막길에서 이틀 전 투클라 패스에서 함께 오른 일본인 할아버지를 여기서 다시 만났다. 고소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고 한다. 고소의 특효약은 낮은 지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 최고의 치유 방법이다. 그런 걸 보면 고소는 제각기 달리 증상이 나타나니 알다가도 모르는 게 고소이다. 


로부체의 롯지촌


넓은 평전 눈 위에는 원정대 것으로 보이는 대형 탠트와 소형 탠트가 20 여동이 탠트 촌을 이루고 있다. 지금이 고산 등정의 계절이다. 능선의 사면을 걷다 보면 바로 아래 투크라와 멀리 페리체가 내려다 보인다. 종라가는 길은 계곡을 따라 타우체봉을 앞두고 오른쪽으로 진행을 하며 응달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설산의 맛이 느껴진다. 황량한 고산에 눈이 쌓여 있으니 설산 맛이 난다.


설원을 가로질러 종라 가는 트레커들


어젯밤을 종라에 자고 로부체로 올라오는 트레커들을 만났다. 그들은 촐라패스를 넘어온 트레커들로 포터와 한 무리를 이루고 넘어온다. 이 길이 험난 길로 이용객이 적어 야크 떼의 이동은 보이지 않는 에베레스트의 오지에 속한다.  우리 뒤에는 어제 칼라파타르를 함께 오른 캐나다에서 오신 할아버지 부부가 뒤를 따르고 있는데 올해 65세로 부부가 함께 고산 등산을 오르는 모습이 대단하다. 


종라에서 로부체로 가는 트레커들(좌)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포터들(우)


이른 시간인 10시 30분경  종라의 이름도 긴 "호텔 마운티나 홈 종라"라는 롯지에 도착하니 티베트계 아주머니가 주인장이다. 외모가 우리와 많이 닮아 시골 형수님 같다는 느낌이다. 추운 날씨임에도 빨래를 하는데 고무장갑도 없이 찬물에 손빨래를 하고 있다. 고산에 살아가는 억척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적적한 롯지에 우리가 도착을 하니 반갑게 맞아 주신다. 


종라의 롯지 모습(좌), 고무장갑도 없이 찬물에 빨래 중인 롯지 주인장 아주머니(우)
종라 롯지 뒤로 보이는 촐라체봉


106호 룸을 배정받아 짐을 정리해 두고 햇볕에 해바라기를 했다. 태양과 거리가 가까운 탓이라 그런지 바람이 불지 않은 양지쪽에 기대고 있으니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다. 지외선이 강해 선크림을 바르고 햇살을 가려야 했다. 그래도 따스함은 포기하기 힘든다.


그 후 미국에서 혼자 오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노스? 사우스?라고 묻는다. 아직도 그걸 말이라고 묻는지. 좀 짜증 나는 질문이다. 그들은 아직도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65세로 5번째로 EBC를 왔다고 했다. 한 번만 오면 식상해하는 우리네와 달리 EBC를 짝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가이드 한 명 포터 한 명과 같이 트레킹을 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카 스타일이다. 그의 생각과 우리들의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척박한 고산에서 꽃을 피우고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


다양하게 많이 가보자는 우리네 생각과 한번 느낌이 꽂히면 끝없는 짝사랑을 하는 그의 생각은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도시나 문화유적지는 한 번만 보고 나면 식상해 지기 쉽지만 히말라야의  험준한 자연은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고 아침저녁으로 느낌이 다르니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에 그러건 아닐까? 


4,000m 이상의 고산에는 먹고, 자고, 하루하루 보내기가 쉽지 않은 여건임에도 히말라야는 다섯 번이나 찾아오게 하는 마력이 있나 보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고 연신 '판타스틱!', '그레이트!' 연신 연발하는 종라의 오늘 날씨다. 그분은 고산의 일교차에 면역력 저하로 감기에 걸려 연신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지극 정성으로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바보 할배다.


롯지 내부 방 모습은 보기는 그럴싸 해도 냉방으로 춥다.


눈이 아리도록 아름다운 코발트빛 하늘과 눈을 뒤집어쓴 촐라체 봉은 안구정화와 일상의 마음의 치유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만 얻을 수 있는 큰 은총이다. 그냥 앞에 펼쳐지는 고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원더풀!"을 연발하게 되는 종라 로지에서 보는 촐라체는  안나푸르나 지역의 "마차푸차레"가 대표 얼굴이라면 에베레스트 지역은 "아마다블람"이 대표 얼굴이다.


그래서 박범신 작가님은 히말라야아마다블람"을 닮고 싶다고 했다.

"아니 닮고 싶은 게 아니라, 만약 내가 죽어 티벳트 사람들이 믿듯이 다시 태어 날 수 있다면, 아마다블람 혹은 아마다블람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네.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실으이. 피뢰침처럼 뾰족한 마차푸차레도 싫고 에베레스트와 어깨를 맞댄 로체도 일 없어. 이 장쾌한 히말라야 산맥의 한켠에서 쓸쓸한 자기 연민으로 저를 과장하지 않는, 그리하여 이름도 모자상인 저 단아한 아마다블람봉....."이라고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오후에도 햇볕에 나가 해바라기를 했다. 상 그럴라가 있다면 여기가 상그랄라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하게 하는 그날 오후의 종라였다. 그날 오후 종라에서 본 풍경은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종라롯지는 험준한 촐라패스를 넘는 트레커들이 들리는 곳으로 종라 ~ 당락 구간은 7 ~ 10시간 걸리는 구간으로 중간에 어떤 인가도 없어 사전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하고 종라에 하룻밤 묵은 후 다음날 새벽에 일찍 함께 출발하는 게 불문율로 되어 있다. 그건 그만큼 위험한 길이란 이야기다.


종라 롯지 카운타의 모습 콜라, 생수가 보인다.


수시로 내리는 눈으로 길이 끊어지기도 하는데 안전을 위해서 촐라패스를 넘을 때 까지는 함께 걷는다.  우리가 머문 롯지 아주머니는 마음씨가 무척 착한 분이었다. 네팔 정식을 주문했는데 한국인이라고 김치를 추가로 주셨는데 그게 예전에 시골에서 먹은 기억이 있는 "짠지"같은 것인데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다. 또한 밥맛이 없을 때 끓여 먹으려고 가지고 온 신라면을 세 개 끓여 달라고  했더니 "프리"라고 하면서 돈도 받지 않고 흔쾌히 라면을 끓어 주신다. 연료가 비싼 이곳에 그런 여유로운 마음은 히말라야의 여신의 마음을 닮았다.


Abc를 걸을 때 데우랄리에서는 700Rs를 주고 끓여 먹었는데 여긴 특별 서비스라고 해야 하나, 아직 정으로 사는 곳인가. 오랜만에 먹어 보는 신라면!  그것도 에베레스트 오지인 종라에서 끓여 먹으니 더욱 맛이 각별하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바닥까지 깨끗이 비우고 나니 오랜만에 먹보는 한국음식이 역시 최고고 천사가 따로 없다. 척박한 고산에서 고향에서 만날 "아지메" 를 여기서 만난 기분이다. 


종라롯지의 식당 내부 모습 가운데 난로가 있고 벽면에 의자가 있다.


식당 내부는 중앙에  난로가 설치되고 벽을 따라 나무로 된 길 의자가 'ㄷ"자로 이어져 있고 의자 위는 스펀치를 넣은 방석이 쿠션과 단열 작용을 하며 방이 만원이 되면 그곳에서 자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원이 많아도 밖에 재우는 법은 없고 복잡하게 라도 함께 잘 수 있는 롯지는 트레커들의 요람이다. 롯지의  룸 사용료나 음식값은 완전 정찰제로 디스카운트나  바가지요금이 없는 게 이곳 롯지의 특징이다. 


안개가 끼고 바람이 강하게 불며 급변하는 오후 히말라야 날씨.


롯지 장부에다 룸 넘버를 적고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고 나중에 떠날 때 정산하는 게 롯지의 사용법이다. 포터들은 외국인 트레커들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잠을 자고 식사를 한다. 오후 늦은 시간으로 가면서 촐라체봉에 구름이 끼어 들락날락하더니 일몰시간에는 완전히 아마다블람봉과 촐라체봉을 가려 버린다. 히말라야의 오후는 일기변화가 심하고 아침에는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는 날이 많다. 


고산의 롯지주인은 아주머니가 많고 가정을 꾸리고 관리하는 것도 엄마들의 몫이니 척박한 땅에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네팔의 여인들은 남자보다 생활력이 훨씬 강한 네팔 아줌씨는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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