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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지주’ 제라드가 필요한 리버풀.

중거리 슈팅의 질적 문제와 정신적 문제에 관하여.

‘단지 운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저렴한(bit cheap) 핑계에 불과합니다. 지금 리버풀의 문제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decision-making in the moment)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리전 패배 이후 리버풀의 클롭 감독의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역경의 시기라고 불리는 상황에 비해서 클롭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는 리버풀이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비교적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게겐 프레싱’으로 대변되는 감독이 부임한 이후, 팀의 행보는 마치 운을 자신의 품 안으로 유도하는 모습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허나 최근 리버풀의 경기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죠. 물론 그럼에도 이를 ‘운이 없다’ 혹은 ‘불운하다’ 정도로 치부하는 태도는 크나큰 오역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콕 짚어내 언급한 것처럼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리버풀의 모든 문제는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이전과 지금의 차이는 ‘전술 및 선수의 역량’보다도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껴집니다.


지난 2-3 시즌 간 리버풀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특히나 앞 선의 퍼포먼스는 리그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도 최정상급이었습니다. 빠른 발과 높은 공간 이해도 그리고 뛰어난 호흡이 융합된 최전방 트리오는 맞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여느 강 팀이 그러하듯 리버풀은 더 낮은 위치의 상대, 두터운 수비 블럭을 구성하는 상대와 맞대결을 펼쳐왔습니다. 과거와 달리 빠른 발과 공간을 활용해 공격을 풀어나가던 리버풀은 상대팀의 대응으로 인해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점차 구체적이고 세밀한 분석을 통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변화해갔습니다.


그러나 누적된 피로와 사회적 이슈, 결정적으로 연이은 주전급 선수의 장기 부상으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가 선수 개인과 선수 사이 모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상황에 당면했습니다. 시쳇말로 클롭 감독이 멱살을 잡고 끌고 가며 어떻게든 뒤로 미루었으나 지난 1달 동안 이러한 문제점은 완벽하게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좋은 팀은 행운이 섞인 플레이가 돕는 듯 보이는데, 이는 원하는 목표를 구체화하며 계속 좇으니 나오는 타당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자신감이 부족해진다면 선수 스스로 운이 따르지 못할 플레이를 지속하게 되죠.


멘탈이 무너진 상황에서의 조급함이 어떻게든 결과를 내겠다는 모습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어리석은 퍼스트 터치, 결정적인 상황에서의 임팩트 실수, 무리한 중거리 슈팅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득점에만 몰입하여 ‘결과’만 내면 된다는 의견은 보다 본질적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때문에 단지 ‘두 줄 수비’ 혹은 ‘단단한 수비 블럭’을 이끌어내는 단순한 해결 방법으로 ‘더 많은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야 한다는 제안은 근래 꽤나 대두되는 의견이긴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버풀이 현재 처한 상황과 다르다면 ‘중거리 슈팅의 횟수를 늘리는’ 방안은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이자 전통적이고 정통한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단지 양적인 증가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요소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마땅하게도 리버풀의 현재 중거리 슈팅은 매섭지 않은 축에 속합니다. 4경기 동안 리그에서 득점이 없음에도 최다 득점 팀이지만 박스 바깥에서 기록한 득점은 단지 3골에 지나지 않죠.


<20/21 시즌 경기 당 기록 기준>


그러나 이를 데이터를 통해 비교하기 위해서는 단순 숫자 셈이 아니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료의 유의미한 비교를 위해 리버풀을 비롯해 상위권에 해당하는 5팀과 해당 데이터의 리그 1위 팀을 비교했으며, 20/21 시즌 경기 당 기록 기준으로 ‘전체 슈팅 중 박스 외곽에서 시도한 슈팅 비율’, ‘전체 득점 중 박스 외곽에서 기록한 득점 비율’, ‘전체 외곽 슈팅 중 득점으로 전환된 비율’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리버풀은 13위라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박스 외곽에서 슈팅을 많이 시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34.8%의 비율로 보다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해 마무리하려는 열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입니다. 기록상으로 상대 골문에서 20야드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의 패스 성공 횟수가 223회로 2위 맨시티보다 무려 27회 앞서며 이를 뒷받침합니다.


상대적으로 보더라도 상위권에 있는 팀 역시 7-13위 사이에 머물며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데, 무분별한 중거리 슈팅이 능사가 아니라 팀의 스타일과 상대의 대응에 따라 시도의 횟수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초록 막대가 나타내는 전체 득점 중 박스 외곽의 득점 비율은 선술한 리버풀의 볼 투입 목적지에 대한 내용과 연관 짓기에 충분합니다. 다시 말해 해당 데이터조차 리버풀은 박스 안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일부 추측 가능합니다.


4골 중 1골이 박스 외곽에서 기록할 정도의 수치를 보인 WBA는 또다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앞서 소폭 많은 박스 외곽 슈팅 비율을 기록한 토트넘, 레스터, 맨유가 역시나 상대적으로 높은 박스 외곽 득점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첼시, 맨시티, 리버풀은 낮은 정도를 보입니다.


특히나 리버풀은 9.5%로 10골을 기록했을 때 1골이 박스 외곽에서 나올까 말까 정도의 수치를 기록하는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리버풀의 중거리 슈팅의 ‘품질’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득점에 성공할 확률은 슈팅 시도가 많다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박스 안으로 볼을 투입하는 것이 팀이 공유하는 목적이라지만, 단순 계산으로 박스 바깥에서 슈팅을 꽤 많이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3골만 기록한 것은 꽤나 큰 고민거리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의문과 고민은 이어지는 ‘전체 외곽 슈팅 중 득점으로 전환된 비율’을 살펴본다면 절실히 느껴집니다. 리즈가 해당 부분에서 가장 높은 8.3%의 전환율을 보이고, 토트넘과 레스터 역시 아주 높은 전환율을 보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단지 3%로 끔찍한 전환율을 보이며 단지 양적인 상승이 아닌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줍니다.


결국 질적으로 상승된 중거리 슈팅이 리버풀에게 다시금 무기로 장착된다면 상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또다시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과 관계를 생각했을 때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자신감 부족과 조급함을 해결하는 편이 더욱 본질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오랜 기간 혹은 여전히 리버풀의 정신적 지주였던 캡틴 제라드>

하지만 리버풀의 서포터에게 중거리 슈팅은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던 제라드의 시원한 중거리 슈팅이 그립기 때문입니다.


제라드의 시원한 중거리 슈팅은 시도 자체도 많았지만 질적으로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즉,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타이밍을 만드는 능력도 출중했지만 특히 시도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시도하는 모습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습니다.


리버풀 서포터는 지금의 리버풀에게 이러한 모습을 바란다고 느껴집니다. 필드 위에서 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용기 있는 결단을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인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중거리 슈터’ 제라드보다 ‘정신적 지주’ 제라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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