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은 FS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버풀 FSG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도 이번 겨울 마티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센터백 2명이라도 보강이 되었을까 의심하는 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누누 강조한 것처럼 ‘FSG가 전부 잘못했으니 나가라’는 그냥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와 성적의 덤터기를 FSG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지 말아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우선 FSG의 선임 당시 상황부터 살펴보자면, 현재의 발렌시아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피터 림과 FSG가 질힉에게서 리버풀의 인수를 동시에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버풀 내부 인사의 결정에 의해 피터 림이 아닌 ‘FSG : 펀웨이 스포츠 그룹’의 손을 잡았죠.
당시에 선택의 권한이 3가지였던 것뿐입니다. 질힉하고 조금 더 지지고 볶으며 파산을 기다리느냐, 피터 림에게 넘겨 엄청난 입김으로 현재 발렌시아의 모습을 갖추느냐, 스포츠 전문 투자그룹에게 맡기느냐.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죠.
그리고 이후의 행보를 보면 FSG는 부자 구단주가 자신의 FM을 현실화하듯 투자를 하고 지켜보는 것이 아닌 보다 장기적으로 리버풀의 재건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수익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성적에서’ 보다 덜 영향을 받기 위한 성적 이외의 요소 ‘안전망’을 설치하고 싶어 한 겁니다. 단지 한 시즌 미끄러졌다고 향후 이어질 2-3 시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아예 안 받을 수 없으면 자체적으로 내부 수입을 크게 만들고 형성해서 리버풀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에 대한 부담이라도 줄이자는 것이 FSG의 목표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FSG는 선수의 영향력보다 팀 철학과 컨디션 그리고 동기부여에 큰 장점을 지녔으며, 레반도프스키, 카가와 등의 자원을 발견하는 등의 머니볼(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고 싼 가격에 데려와서 활용하거나 리셀링 하는 시스템 체제에도 크게 일가견 있는 클롭을 감독으로 선임한 거죠.
구단의 자체 수익을 위해 매력적인 감독을 선임했으니 자연스럽게 이어서 매력적인 선수의 내부적으로 채워줄 수 있도록 훈련장을 합치면서 증축을 시켰습니다. 또한 열정적인 홈 관중의 경기장 방문 수익을 늘리기 위해 경기장도 증축했고요.
발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훈련장과 경기장 증축을 위해 약 90m 파운드를 투자했다 알려져 있죠. FSG 입장에서는 자급자족을 바라고 한 시즌 리그에서만 홈경기 약 60m 파운드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기장이 있는데 규모가 더 커져서 한 시즌 20m 파운드 이상의 수익이 증가한다면 90m 파운드의 투자는 단지 4-5 시즌이면 수익을 회수할 수 있었던 거죠.
뿐만 아니라 FSG와 헨리 구단주 인터뷰에서도 리버풀 지역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지역 명소로 만들길 원한다고 말하며, 경기가 없는 날에는 지역 행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의 지역 발전까지 도모하는 모습으로 동반 상승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미 명성 높은 관광지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처럼은 될 수 없지만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맨시티의 사례를 보았으니까 가능하다고 생각을 한 거죠. 결국 본인들의 수익으로 이어질 테고요.
이렇게 내부적인 안정감을 다지면서 선수에 대한 투자까지 하기에는 해당 그룹에게는 위험성이 너무나 컸습니다. 적자를 보면서 성적이 좋기만을 기대하며 선수 영입에 투자를 하느냐 아니면 구단 내부 결속을 다지느냐에서 후자를 택한 겁니다. 그래서 선수를 먼저 OUT 시킨다면 IN에 대한 재투자는 과감히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을 했고 전액 투자한 것을 우리는 알리송 반 다이크 등의 사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FSG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죠. 클롭이 기대보다도 더 잘해줘서 생각보다도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눈 앞에 성공이 잡힐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은 부분에 투자를 하기보다 더 빨리 내부적 결속과 자급자족을 이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겠죠. 코로나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고요.
실례로 약 1353m 파운드 수익 그리고 약 1338m 파운드 운영비와 이자 약 15m를 통해 2019년 단 1m 파운드 즈음을 벌었다는 걸 살펴보면 얼마나 각박한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토트넘과 맨유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라고 하죠. 코로나 이후에는 정말 적자가 더 심해졌을 것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질힉의 부채를 해결하고 심지어 흑자로 돌렸으며 내부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냥 선수 이적료 이야기만 하면 주구장창 ‘쌓아둔 상금’ 어딨는지 찾는 분들 계신데 축구판은 해적왕이 숨겨둔 보물 찾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축구 클럽 역시 회사이고 고정비를 비롯한 빠져나가는 금액의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리버풀의 현 급료 체계가 약 300m 파운드 이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유럽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걸 감안하면요.
리버풀이 과감하게 앞으로 이적료를 푼다면 이건 갖고 있는 것을 풀거나 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겁니다. 성적이 안 나오면 아주 구렁텅이로 빠질 가능성이 크죠. 왜냐하면 이전에 내부적 결속과 자급자족을 키우며 바른 재무제표를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투자를 받아서 지분을 팔아가며 커가려고 했던 그룹의 방향성과는 정반대이니까요.
코로나만 없었다면 이보다 나은 상황을 맞이했을 거고 FSG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에서도 이번 겨울 이적시장까지는 본인들의 스탠스를 유지했던 FSG이고, 해당 부분에서 결국 클롭과의 이견이 확고해진 가운데 성적은 안 나오니 FSG 역시 어느 정도 결심이 섰을 겁니다.
다음 여름 이적 시장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지켜봐야겠죠. 축구 명문 클럽의 수뇌부 특히나 한참 잘 나가고 있던 리버풀이라는 클럽의 속칭 윗대가리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이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고 운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일명 석유 재벌을 비롯한 거액의 투자자에 의한 방식으로 유럽 축구의 흐름을 가져가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싶어 했고 결국 목표처럼 차지했습니다. 모든 일의 희생양 찾는 식으로 FSG에게 덤터기 씌우기에는 가혹한 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