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학창 시절, 내게 소중한 성지와 같은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광화문 교보문고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책들 속에서 얼마든지 마음껏 책들을 골라 보아도 좋고, 지하에는 여러가지 예쁜 문구류와 아트 상품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언제쯤이었어요. 아마 시험 기간이 끝나고 모처럼만에 시간을 내어 주말에 교보문고에 놀러 갔을 거에요. 책들을 잔뜩 보고 나서, 다음 학기에 쓸 공책을 살까 하고 지하 문구센터로 내려갔을 테고요.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 돌아섰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액자에 잘 넣어진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프린트였어요. 오~ 저 역동적인 하늘, 미친 듯이 밝게 빛나는 별들!
이건 뭐,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그림이 아니겠어요? 그쵸? 일단 저 강렬한 색감과 이미지로 충격효과가 확실하잖아요.^^
그림이 너무 멋져서,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게 누구 작품이야? 하고 작가의 이름을 굳이 눈여겨 봤다는 거 아닙니까.
빈센트 반 고흐. 그렇구나. 그럼 이 사람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그렇게 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 찾아 보게 되었죠.
다들 많이 아시는 <밤의 까페>도, 차갑고 시원한 푸른 밤하늘에 대비되는 까페의 저 강렬한 노랑빛이 주는 따뜻함에 매혹되어, 보고 또 보고.
대학교 1학년때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내가 반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센스있게도 반 고흐 책을 내 생일 선물로 주었어요. 와~ 그렇게 선물 센스 있는 남자친구랑 왜 오래 가지 않았을까요? 우리 남편은 진짜 선물 센스 제로...
반 고흐의 편지글과 여러 다른 자료들을 통해 그의 일생을 다큐멘터리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이 화가를 더더욱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었어요. 종교적인 이상이 높아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오히려 더 그릴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해, 농부들의 삶 가까이에서 열심히 그들을 그리던 네덜란드 시절.
나중에 파리에서 인상파의 영향을 받고, 건강을 위해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 가서 그림을 그리면서 그의 그림에는 화려한 색채들이 펼쳐집니다. 나는 소박한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를의 시골 풍경을 그린 이때의 그림들을 다 너무 좋아해요. 유명한 반 고흐의 노란 방 그림도 좋지만, 내가 진짜 좋아하던 그림은 바로 이것!
왜인지 모르게 이 그림에 그렇게 끌리더라고요. 이 작고 볼품없는 나무 의자에도 눈길을 주고 정성스레 그려준 반 고흐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 그런 건지.
이렇게 반 고흐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면서 미술에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어요. 워낙 아는 게 없으니, 그냥 이게 뭔가~ 하고 더 두리번 두리번 거리게 되듯이요.
나중에 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앗싸! 암스테르담이면 뮤지엄들도 엄청나게 많지만, 무엇보다도 반 고흐 뮤지엄이 있는 곳 아니겠어요? 당근 방문을 해야 겠지요?
그리고 이 때, 왜 그렇게 유럽 사람들이 햇빛만 나면 웃통을 벗어 제끼는지를 실감하게 되었어요. 교환학생을 1월 1일부터 시작했는데, 매일 매일 너무 춥고, 비내려서 으스스하고, 아침 아홉시까지 어두워서, 진짜 한 달 만에 제발 어디로든 해가 쨍쨍한 곳으로 좀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3학기제인 수업이 3월 말에 끝나고 중간에 열흘 쯤 쉴 때, 잽싸게 저가 항공권을 끊어 남프랑스로 갔답니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오, 정말 그의 그림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막 펼쳐지네요! 묵직한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개폐다리
그의 그림에 등장하던 보라색 붓꽃!
별 다른 사전 정보 없이, 그저 그 지방의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고 싶어서 저 혼자 그냥 농가들 근처의 들판을 헤메었어요.
난 이렇게 소박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반 고흐의 그림들도 마음에 쏙 들어왔던 것 같아요.
자, 이렇게 가슴 깊이 사랑이 싹 텄으니, 미술에 대해 더 공부를 해 볼까요?
다행히도, 아주 좋은 선생님을 만났답니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20세기 모던 아트' 수업을 수강한 덕분에 말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