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늘 평온이라는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 (Crisis always arrives wearing a mask of calm).”
인생에 있어서 우리가 위기라 생각했던 시기는 곧 기회가 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면 할 수록, 더 큰 위기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희노애락(喜怒哀乐), 즉 돌고 도는 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비지니스 세계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지 8년째 되던 해, 내가 담당하던 비지니스 유딧의 해당 고객사 마켓쉐어는 어느덧 0에서 85%를 넘어섰고, 영업마진도 최고조에 달했다. 고객사 역시 성장세가 눈부셔 독일계였던 1위 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잘 풀리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날 고객사 품질부문에서 회의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엔 로컬직원들의 과장된 클레임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몇 달 뒤 품질보증부 부장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
“이사님… 아직은 추세를 좀 더 봐야 하겠지만, 현재 귀사 제품관련 시장 클레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검증을 위해 부탁해야 할 내용도 있으니 내일 중 시간을 내시어 직접 방문 바랍니다…”
시장 클레임이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직 그 숫자가 미미하니 별것 아니려니 하는 생각으로 고객사를 방문하였다.
이야기인 즉은, 우리가 납품한 Fluid tube ASSY 제품의 고무호스 접속부에서 간헐적 누유가 발생하여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확한 현상과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우리 내부공정과 호스재질에 대해 검증을 부탁한다는 내용 이었다.
“아, 해당 고무호스라면, 우리가 프로젝트 초기부터 현지화를 진행했었던 부품이 아닌가…”
당시 공장의 오퍼레이션 및 비지니스 유닛 책임자였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오자마자 개발초기 접수했던 고객사의 표준, 해당 요구사항관련 시험 보고서, 당사 내부 공정, 그리고 해당 협력사의 재질 및 검사성적서 등을 우리 품질 및 생산 관리자들과 함께 하나하나 모두 꼼꼼히 검토해 보았고, 결과적으로 테스트 결과도, 해당 프로세스도, 고객사 승인 절차도 모두 문제없음을 확인하였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문제 이겠지…”
그 후로도 몇 차례 고객사 품질부문과의 미팅이 이어졌지만,
당사의 검토결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결론 만을 반복 한 체,
고객사의 추가적인 요청사항에는 대응이 다소 안일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고객사와의 무의미한 논쟁이 반복될 무렵,
누적 시장 클레임의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는 양사 매니지먼트에서 조차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완성차 업체였던 고객사에서는 캠패인(Campaign)이라는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캠패인이란 “리콜” 처럼 법적의무가 발생하는 강제적인 Corrective Action은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공지, 노출되는 “품질 향상을 위한 무상수리”와 같은 공식적인 서비스 활동이었다.
물론 그 비용은 모두 해당 제조사가 부담하게 되며, 대상 차량 범위, 귀책에 따라 천문학적인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고객사에게나 우리에게나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캠패인이 발효되자, 나와 당사 매니지먼트는 팀을 꾸려 본격적인 고객사 대응 준비에 돌입하였다.
물론, 고객사 품질보증부 부장이나 담당자 들도 매우 힘들었겠지만,
나의 경우, 중국지사에서 유일하게 고객사 매니지먼트와 자유자재로 언어 소통이 가능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었던지라, 고객사의 현지 말단직원부터 과장, 부장, 그리고 이사까지, 구매와 품질 부서를 막론 모두 나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묻고, 대응 요청을 하였다.
더욱이 외국계 JV 사였던 고객사는 시차가 있는 그들의 본사에서까지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고, 때로는 질책을, 때로는 요청 아닌 요청을 하였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만, 평일에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 30분 간격으로 그때까지 내가 알던 고객사 관련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러다가 고객사 매니지먼트 팀에서 회의 요청이 오면, 당시 나와 중국인 상사, 그리고 매니지먼트는 밤새도록 고객사에서 요청한 테스트 결과, 우리 내부에서 점검한 내용, 그리고 증거가 될 내용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고객사와 미팅을 진행했다.
그 후로도 이러한 지옥같은 시간이 6개월이나 지속되었고,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비록 잠깐이었긴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 것과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을 후회할 정도 였다.
그러던 무렵, 본 문제는 우리의 제품의 품질 때문이 아닌,
고객사의 조립공정(오조작)에서 기인한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고객사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견을 제기하긴 했지만…
사실 이 일이 발생하였던 초기에는 본 고무호스를 사양에서 삭제하는 안을 고객사에 제안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제품의 품질리스크도 적어지고, 특수재질인 고무 호스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니 원가적으로도 훨씬 경쟁력 있어 진다는 사유에서 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우리의 매출도 다소 떨어지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그 후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원가절감안으로 그 사양을 삭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긴 했지만…
이렇게 위기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이, 평온이라는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
지금 잘 된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된다고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주변의 상황은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의 좋고 나쁨도 단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 일 뿐이다.
지금 내가해야 할 일들을 주변의 상황에 동요되지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일.
오직 그것 만이 나의 미래를 단단히 쌓는 일이며,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서 나를 보호하는 일이다.
“위기는 언제나 조용히 찾아오지만,
나 자신이 단단해지는 순간 또한, 결국 그 위기 속에서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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