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일즈 이야기 #8.

영업은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작업이다

by Andy Liu


일본에서의 나의 자동차 부품 업계 캐리어도 어느덧 그 막바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공장도 없었고, 일본 고객사들과의 연락사무소 같은 역할만 하던 일본지사에서, 약 3년 8개월 만에 모 일본 자동차 제조사와 여러 건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일본지사의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단 몇 년만에 이러한 골간(骨轩) 비즈니스를 성사시킨 것은 나 자신에게도 매우 고무적 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아태지역 사장님의 추천으로 더 큰 시장과 기회가 있는 중국지사로 이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아태지역 사장님이 중국지사 사장님께 직접 쓰신 메일 만 보아도,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지 알 수 있었다.


“Andy is a great asset to our company, please take good care of him…”



나는 그렇게 4년여 간 일본에서의 캐리어를 마치고 2010년 중국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가 있는 일본에서 영업의 기반을 쌓았고, 중어중문과 출신으로 중국어에도 능통한 나였지만, 중국시장은 나에게 완전히 또 다른, 새로운 미지의 세계였다.


또, 중국 전역에 15 개 이상의 공장과 거점을 운영하고 있던 조직이라, 나와 같은 외국인에 대한 현지인 매니지먼트들의 편견, 텃새도 적지 않았다.


나는 처음엔 마치 꿔다놓은 보릿자루 인양, 그럴 듯한 타이틀만 부여 받았을 뿐, 정작 믿을 만한 부하직원도 한 명 없고, 심지어 그들의 주간회의에 조차 이런저런 핑계로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의심많던 현지인들에게 나는 아태지역 사장님이 심어놓은 스파이와 같은 취급을 당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중국생활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갈 무렵, 고객사로 부터 신규 프로젝트 입찰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담당하던 BH사의 주력 차종 ‘아반떼 (중국명 엘란트라)’의 신규 입찰이었다.



당시 엘란트라는 중국에서 한 달에만 3~ 4만대가 팔릴 정도로 대히트를 치던 차종으로, 경쟁사에서도 이런 주력 차종을 놓칠리 만무했다.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중국은 물론, 한국 지사, 아태지역 사장님까지 모두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던 Must Win 프로젝트 였다.


“아… 나의 중국 데뷰 첫 무대가 ‘엘란트라’ 라니…”


나는 어깨가 무거웠지만, 이내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수주해서 중국팀에도 나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인정받자!”


내심 그렇게 다짐 했지만, 난 중국시장에 대해 잘 몰랐고, 경쟁사에 대해서도, 고객사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몰랐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상 뿐. 우선 고객사의 제품 사양과 우리 회사의 경쟁력에 집중하자.”



때마침 한국에서는 동일 플랫폼의 신차가 이제 막 양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나는 당장 한국지사와 연락하여 BOM (Bill Of Material) 과 한국 양산사양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사양은 엄연히 달랐고 제품 구조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제반 지식도, 인맥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해당 제품을 거의 독점, 독식하던 경쟁사를 이기는 길은 단 하나 뿐이었다.


“나를 믿고, 현상을 믿자!”


한국 양산제품의 BOM과 사양이 어느 정도 파악되자, 나는 바로 한국으로 날아갔다.


한국에서 양산 중인 제품을 A/S 시장에서라도 직접 구매해 분석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해당 제품은 우리 한국지사가 아닌, 경쟁사에서 수주하여 양산 공급 중 이었기에, A/S 시장을 통해 구매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약 1주간에 거쳐 30가지가 넘는 상관 부품 및 모듈을 모두 수배하고 구매하고서야 나는 중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중국으로 복귀 하자마자 나는 관련 엔지니어 및 원가부문 동료들과 함께 한국 사양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또 중국 사양은 한국 사양에 비해 대해 어떻게 변화 될지,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쟁사 대비 어떤 전략으로 견적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를 밤낮으로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자재에 대한 현지화 계획수립 및 협력업체의 견적 등이 준비되자, 현지인 이었던 중국 탑 매지니먼트에게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수주를 위한 수익률의 마지노선에 대한 승인 절차 같은 것 이었다.



“Excellent!!”


짧은 회신이었지만, 외국인이 만들어 온 첫 번째 프로젝트에 대한 첫 번째 긍정적 답변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우여곡절 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내가 수립한 전략대로 견적을 제출했고, 프로젝트를 최종 수주 할 수 있었다.


물론, 경쟁사의 반발도 심했고, 심지어 우리회사 한국지사에서도 자신들의 도움없이 이 프로젝트는 수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등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나와 현지팀의 힘 으로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


이 프로젝트의 수주를 시작으로, 몇 년 후 우리는 0에서 85%에 이르는 마켓쉐어를 확보하게 되었고, 덕분에 북경에 신규 공장을 설립, 나는 해당 공장 운영과 비즈니스 유닛의 책임자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외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탑 매니지먼트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게되었고, 훗날 중국 매니지먼트팀의 일원으로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대단한 성과는 아니었지만,


진정한 영업이란

이렇게 불확실성을 조금씩 가시적인 가능성으로, 그리고 그 가능성과 잠재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영업은 기적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다만 아무도 확신하지 않는 순간에,

혼자서라도 묵묵히 그 확신을 현실로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책임감 강한 사람들의 일 일 뿐이다.



#MySalesStory #영업의본질 #불확실성을확실성으로 #BusinessDevelopment #SalesMindset


작가의 이전글나의 세일즈 이야기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