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그리고 높게 (2)

by lightjc

다음날 오후 4시.


“성사장, ‘오늘의 실전’ 은 뭐야?”

오픈과 동시에 거의 매번 들르시는 할아버님들이다. 손님들 오시면 기본으로 드리는 작은 전들을 ‘오늘의 실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늘은 동그랑땡 몇 개를 내어드렸는데 유튜버인 듯한 사람들이 가게 안팎에서 소형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오늘은 라벤더’를 외친다. 막걸리통을 작동시키자 보라색 LED가 켜지면서 막걸리가 솟아오르고, 주양직이 라벤더와 막걸리를 내어주면 손님들이 꽃가루를 섞고 꽃잎을 띄어 훌훌 불어가며 마신다.


7시.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빨간차와 파란차가 도착하면 카드 단말기가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소리치며 영수증들을 뽑아낸다. 곧이어 어린이집에서 퇴근한 세진이 종종걸음으로 들어와 가게 앞에 테이블을 펼치면, 손님들이 자석처럼 의자에 달라붙는다. 막걸리통 분수들이 뻗어 나갈 때마다 전냄새, 막걸리 냄새가 퍼지고 테이블의 벨소리, 배달앱의 ‘주문!’ 소리가 빨라진다. 손발이 모자라고 테이블이 부족한 건 고사하고 당장 대기줄이 넘쳐서 길을 막아 난감하기 그지없다. 늘어선 줄을 비집고 밀치며 한 손님이 안으로 들어온다. 주양직이 약간 짜증 섞인 표정으로 비닐장갑을 벗으며 나가다가, 웃는다.


차영치다.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들어오다가, 빨간차의 접시를 뺏어 손님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바쁠 때마다 나타나서 넥타이도 안 풀고 앞치마만 걸치고 도와준다. 세진이 ‘알바비라도 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속삭인다. 인태는 매일 양직과 쌍둥이 자매에게 택시비로 쓰라며 몇만 원씩 봉투에 넣어준다. 오늘은 하나를 더 준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되어 10시는 넘어야 숨 돌릴 틈이 생긴다. 오늘은 차영치가 2시간 넘게 도와주며 아직까지 남아있다. 세진이 끓여준 얼큰한 매운탕과 함께 늦은 저녁들을 하는데 차영치가 주양직에게 말한다.


“양직씨, 여기 지하 노래방 가 봤어요?”

“노래방 갈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거기 이제 장사 안 하더라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는데”

차영치가 중얼거리듯 말한 뒤 이어간다.


“사장님, 사장님도 아시겠지만 여기 노래방도 매물로 나왔잖아요. 이거 추가 임대해서 전집 확장하시는 건 어떤가요”

“아유, 하기 싫어서 안 합니까. 이게 문제지 이게”

주양직이 동그랑땡 하나를 젓가락으로 들며 말한다.


“부동산에서 들었는데 노래방 급매로 나온 거라 보증금이든 월세든 조정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사장님, 전세 사신다는 말씀 들었거든요. 전세보증금 담보대출 받으면 대출한도 올라가고 금리도 확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요, 그렇게 해요!”

주양직이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떠든다.


“얼마 전에 1,000만 원 상환하셨던데, 그래서 사장님 신용등급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추가대출 받으면서 1,000 포함해서 대환으로 처리하시면 금리 4%대로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알바생 또 뽑아야겠네, 확장! 확장!”

“확장!”


빨간차, 파란차에 이어 주양직이 확장을 노래 부른다. 성인태는 아직 한 마디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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