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죽음

인간의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by 졍이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했다. 그것도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의 이유나 정황이 미처 다 밝혀지지는 않은 현시점에서, 특정 개인을 향해 '네가 아마 가해자일 것'이라며 돌을 던지는 문장은 삼가고자 한다. 다만, 한 인간의 죽음이 - 종종 그래왔듯 - 잠깐의 파장만을 불러일으킨 채 잊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무거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


집단 내 구성원, 특히 노동자의 죽음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회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잦다. 냉방기 하나 없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좁은 간이공간을 휴게실로 사용하던 청소 노동자의 죽음, '태움'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던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 추락사고로 숨진 건설 노동자, 끼임 사고로 숨진 노동자...


집단 내부의 절실한 목소리를 긴 시간 외면한 끝에는, 늘 누군가의 죽음이 있었다.


구조적 원인으로 인한 죽음은 반(反) 인권적 환경에서 비롯되어 쉬이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매우 무겁다. 구조적인 문제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혹은 책임소재가 가장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몇 개인을 불러 처벌을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유사한 '개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법률로써 말끔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구조적 문제로 인간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은 사회의 정책과, 제도와, 법률과,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유지하도록 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과 관심의 정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학년에 배정되어 근무한 것이고, 맡고 있던 업무도 희망하던 업무였으며, 정치인과 관련 있다는 루머는 정말 루머일 뿐이라는, 해명으로 가득 찬 가정통신문을 기사를 통해 접하며 조금은 많이 씁쓸했다. 교단에 선지 채 2년이 안 된 신규 교사였다.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평소 학부모 민원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던 저연차 교사의 죽음' 이면에 구조적 문제와 훼손된 권리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반박하는 데 너무나도 불충분하다.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을 만큼 교사가 학생에게 구타당하는 것.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과 성희롱적 발언을 하는 것. 학대와 완전히 무관한 행위에 대해서도 '아동 학대'를 들먹이며 소송을 걸겠다 협박하는 것. 이와 같은 '교권 추락'의 대표적인 사례들은 '특정 비(非) 모범적인 학생들의 문제'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 교사를 인식하는 양상, 교사가 하는 교육활동을 신뢰하는 수준이 반영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행정 업무, 절제되지 않은 학부모 민원, 경직되고 보수적인 학교 내 의사소통 구조, 효과적 보상 및 동기부여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교원성과급 제도, 정치 싸움의 도구로 사용되는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교육과정 등. 교육학 전공자로서 학부 5년 간 접했던 수많은 '교육 문제'들이 시리게 와닿는다. 이러한 '문제'들과 18일의 죽음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집단의 구조적 문제가 고질화 되어 곪아 터질 때, 죽음이 가시화되곤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하고,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개인의 죽음에 처절하리만큼 민감해져야 한다. 인간의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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